-
거리에 불빛이 넘친다. 가게마다 미니 전구를 주렁주렁 달았다. 작은 불빛이 모여 별이 되고 눈꽃이 되었다가 이내 강을 이루고 흘러갔다. 흡사 빛으로 도시를 덧대 그린 듯하다. 하늘 위 은하수보다 도시가 훨씬 더 찬란한, 몇 안 되는 계절이었다. 온 거리가 연말연시의 설렘으로 들썩이는 중이다. 거진 한 달은 더 전부터 그랬다. 매년 바람이 조금만 싸늘해져도 사람들은 부랴부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곤 한다. 크리스마스, 송년, 신년맞이가 몽땅 합쳐진 이 기간을 맞이하는 기대 심리가 전부 불빛으로 일렁거린다. 마음에는 온도가 있어서 보고 있노라면 뜨끈한 환희가 슬쩍 옮아왔다. 이부키 아이도 노래를 흥얼거린다. 해마다 음원 차트에 돌아온다던 유명한 캐롤이다. 가사는 후렴 부근에서만 선명해지고 나머지 구간에서는 흐리멍덩한 허밍으로만 반복되었다. 박자에 맞춰 고개를 까닥거렸다. 정박자로. 그 머리에는 커다란 산타 모자를 뒤집어썼다. 선명한 클라이맥스에 다다를 때마다 모자 끝에 달린 털 방울이 대롱대롱 흔들렸다. 정신 사납다. 아무튼 무지막지하게 크리스마스였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크리스마스였다. 인사부터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얼마나 작정했는지 알 만했다. 아침부터 신명난 산타를 만나 옆자리에 동승하게 된 기분을 말하자면 영 구렸다. 시마 카즈미는 산타의 선물 배부 파트너 루돌프가 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었다. 제대로 일할 맘이 있냐고 지적했더니 이부키 아이는 눈을 홉뜨고 따져왔다. 시마야말로 자세가 덜 됐어. 이부키 아이가 잊고 있는 모양인데 경찰은 크리스마스 따위에는 자세가 좀 덜 되어도 괜찮다. 크리스마스 자세는 산타나 아기예수나 되면 충분하다. 그리고 이부키 아이는 산타가 아니고 경찰이다. 이 거리에 경찰이 보탤 수 있는 불빛은 고작해야 헤드라이트나 순찰차 램프가 전부다. 반박이 나오려면 끝도 없이 나올 수 있겠지만 참는다. 말을 말자. 일단 확실히 해야 하는 건 좋은 날이라 참는 게 아니다. 안 그래도 바쁜 날이라서다.
크리스마스라 함은 대목이다. 거리엔 사람이 들끓고 들끓는 사람 전부 전 세계적 기념일을 맞아 들떠있다. 그냥 들뜨기만 하면 문제가 없겠지만 들뜬 사람들 면면이 가지각색이라. 예쁜 불빛, 아름다운 캐롤, 앙증맞은 케이크 이면에는 사고 또한 만만치 않다. 정신 놓고 흥청망청하다가는 반드시 어딘가에 갖다 박기 마련이다. 차고 주먹이고 흉기고 돈이고. 연말은 대체로 그렇다. 예쁜 장식, 불빛 이면의 뒤처리는 경찰의 몫이다. 그러니 이런 날 비번은 먼 꿈과 같은 얘기다. 하지만 일하는 사람이 있다면 쉬는 사람도 있다는 소린데 대체 누구야, 그 행운의 럭키맨은. 12월 초장부터 이부키 아이가 달력을 두드리며 하는 소리였다. 정말 신기하네. 난 한 번도 쉰 적 없는데. 관할 때도. 행운은 매년 멀기만 하다. 아예 복권이라고 생각하는 쪽이 낫겠다. 존재는 하되 영영 오지 않을 휴일. 물론 비번까진 바라지도 않았지만 24시간 당번근무는 과하게 재수가 없었다. 초점은 당번근무에 있지 않다. 범위를 훨씬 좁혀서, 이부키 아이와 24시간을 함께 해야 한다는 데에 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넘어 크리스마스 당일 오전까지. 눈구덩 위의 뼈를 꾹꾹 눌렀다. 벌써부터 피곤했다. 이부키 아이가 오직 캐롤 한 곡만을 무한 반복하고 있어서 더 그랬다. 여전히 가사는 명확해졌다 흐릿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었다. 따로 찾아보지도 않는지 발전이 없다. 하루 종일 발전 없이 부를 셈인가. 두들겨도 꺼지지 않을 스피커에 암담해졌다. 고문이다. 차라리 멜론빵 노래가 그리울 지경이었다. 이부키 아이도 멜론빵호를 그리워했다. 시마 카즈미와는 전혀 다른 시각에서. 눈가가 금세 추억에 젖었다. 참도 아련해진다 싶더니 그는 멜론빵호의 낭랑한 스피커를 특히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그 차, 분명 캐롤도 틀 수 있었을 거야. 그래. 그랬을 거야.”
추억담은 도로 크리스마스로 돌아왔다.
“멜론빵 찬데 그럴 리가 있겠냐!” “씨엠송을 평생 그거 하나만 밀겠어?” “멜론빵으로도 벅차. 됐어. 통째로 멜론빵엔 시즌 송 같은 건 없어.”
정말 가능했을까봐 두렵다. 낭랑한 톤 그대로 캐롤을 울려대며 크리스마스이브 거리 한복판을 달리는 녹색 자동차라니, 상상만 해도 무섭다. 그런 꼴은 영화나 드라마 안에서나 있어야 한다. 멜론빵 노래에 대한 미련을 버리자마자 캐롤이 귀를 때렸다. 올아이원포크리스마스이즈유. 유독 또박또박했다. 지금까지 험상궂은 얼굴의 아저씨 다섯에게 캐롤을 불러주었다. 다섯 명의 무리가 아니라 각각이다. 적어도 캐롤을 다섯 번은 더 불렀다는 얘기가 된다. 다섯 명 다 그다지 감동받은 반응을 돌려주진 않았다. 대부분은 이 새끼 이거 또라이 아니야? 라는 눈빛으로 이부키 아이를 쳐다보았다. 정작 또라이 같은 짓은 저들이 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에 감동이 없으니 이런 멋진 날에 사고를 치는 것이다. 수갑만 아니었더라도 한 대 쳤는데 아쉽게 됐다. 여기서 아쉽게 됐다는 건 그들이 아니라 이부키 아이를 가리킨다. 수갑까지 찼는데 치면 너무 불공평하니까, 치지 않는다. 융통성 있는 자비다. 그래서 마지막엔 시마 카즈미가 대신 말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되십시오. 조사 받으며 참 즐겁고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랐다. 다들 발작적으로 욕을 했다. 또라이가 하나 더 있었군! 이부키 아이도 비슷한 표정으로 시마 카즈미를 봤다. 딴 사람이면 모르겠는데 이부키 아이가 저렇게 허탈하다는 듯, 어이없다는 듯 쳐다보면 괜시리 억울해진다.
“왜. 노래 부른 건 너야.” “그게 아니라. 나한테는.”
이부키 아이의 엉성한 손짓이 위를 가리키고 아래를 가리키고 또 앞과 양 옆을 가리켰다. 수신호의 뜻을 모르겠어서 기분이 나빠질락 말락 했다.
“뭐?” “나한텐 메리 크리스마스 없어?” “없어. 없어없어.”
빠르게 등을 돌린다. 무슨 메리 크리스마스란 말인가. 아직 크리스마스이브지 크리스마스는 몇 시간이나 남아있는데. 그리고 그 몇 시간을 붙어있게 생겼는데. 크리스마스까지 닿으려면, 인사는 아직 한참 멀었다. 오히려 이부키 아이가 많이 성급하다 할 수 있었다. 시마 카즈미는 이부키 아이처럼 인사 건네 놓고 하루 종일 얼굴 보며 표정 흐트러뜨리지 않을 자신이 없다. 특히나 저녁이 된다면 더욱.
사실 크리스마스이브도, 크리스마스 당일도 낮은 평소와 다를 바 없다. 낮에는 작은 기분만 도사릴 뿐이다. 일상에 흔들리는 촛불 품는 정도다. 진짜 시작은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해가 떨어져 온 도시에 불 밝는 저녁으로부터다. 온도가 옮으면 삽시간에 불이 붙는다. 그래서인지 연말의 모든 기념일은 어쩐지 한밤에 걸쳐 있다. 진짜 대목이 시작되는 것도 저녁부터다. 착한 아기예수와 아기예수가 아닌 자들을 구분해야 하는 밤. 여전히 이부키 아이는 가짜 산타 모자를 쓰고 캐롤을 흥얼거린다. 가사가 더 정확해지기는커녕 이제는 숫제 허밍만 남았다. 아마 분주소에서 저녁 먹으면서 가사를 죄 흘려버렸던 듯하다. 저녁밥에는 특식이랍시고 닭고기가 들어갔다. 샐러드용 닭가슴살을 적당히 찢어 넣은 토핑으로 구색을 맞췄다. 제대로 된 파티는 사치니 기분만 내는 식이다. 닭고기 토핑을 빠르게 위에 때려 넣고 커피 잔을 쥔 채 어설픈 건배를 했다. 메리 크리스마스! 건배사는 이부키 아이만 했다. 여흥을 내기엔 바로 또 움직여야 할 일이 생겨버려서 테이블 위에는 그의 목소리만 덜렁 남아버렸다. 아마도 그때 가사도 흘려버리고 온 것이리라. 어설픈 가사보단 허밍만 이어지는 쪽이 듣기에 나아서, 시마 카즈미는 내버려 뒀다. 가사는 사라졌지만 이부키 아이의 크리스마스 기분은 가라앉지 않은 채 마냥 고조되기만 했다. 그가 만나는 험상궂은 인상의 아저씨들뿐만 아니라 관할의 험상궂은 인상의 형사들도 기어이 캐롤을 듣고야 말았다. 그나마 그들은 조금 더 따듯해서 어색하게나마 성탄 인사를 돌려주었다. 이부키 아이는 적잖이 만족했다. 시마 카즈미는 말리고 싶었다. 얠 다 받아주면 뒷감당은 누가 하라고? 시마 카즈미다. 시마 카즈미를 동정도 할 줄 모르는 관할에서는 그저 성긴 인사만 한 채 기수를 쫓아냈다. 정확히 집어 말하자면 이부키 아이를 쫓아냈다. 예, 예. 여기까지인 걸로. 나머지는 저희가. 날도 날이라 바쁠 텐데. 4기수가 관할마다 새벽송을 돈다더라. 근데 머라이어 캐리 노래만 부른다더라. 거기다 합창까지 요구한다더라. 소문이라도 돌았는지 밤이 깊어갈 수록 어째 실내로 들어갈 일이 아주 사라졌다. 연락만 하면 빨리빨리 인계받아 선을 긋고선 정중하게 손짓해 물러갔다. 꼼짝없이 길바닥에서 새벽을 보내게 생겼다. 크리스마스와는 거리가 먼 구경이나 하면서. 입에 담지도 못할 상스런 크리스마스 파티 구경 말이다. 분명 복음서 언저리를 더듬는 기념일일텐데 뒷골목은 오히려 창세기 소돔과 고모라에 가까워진다. 이 자식들아 거룩이 다 나가뒤졌다. 하필 산타 모자 쓴 이부키 아이가 하는 말이라 그다지 설득력이 있지는 않았다. 정작 크리스천들은 산타 모자도 그렇게 거룩하게 여기지는 않을 텐데.
11시를 기점으로 발전 없는 가사가 되살아났다. 캐롤은 더욱 고역이 되었다. 크리스마스 이면의 가장 험악한 광경들을 보는 데 반해 이부키 아이는 전형적인 크리스마스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드문드문 캐롤에 섞어, 케이크나, 프라이드치킨이나, 트리 같은 것들. 듣고 있자니 어쩐지 위화감이 있었다. 마치 복음서 속 말 구유 같은 이야기들이었다. 경험이 한 스푼 배제되어 있는 먼 소품처럼. 매체너머로 어설프게 넘겨다 본 풍경들에는 현실감이 약간 모자랐다. 이부키 아이는 딱히 인지하지 못한 척 창밖의 불빛들을 눈으로 이어 훑으며 말했다. 원을 두 번 그리면, 눈사람모양이다. 귀여워라.
“저기, 선물 뭐가 좋을까.” “뭐?” “유타카한테 말야.”
산타 분장 하고 가지 않을래? 유타카. 깜짝 놀랄걸. 이것 봐라. 시마 카즈미는 내심 혀를 찼다. 찌르기 전에 돌렸다. 하지만 애초에 깊게 찔러 볼 생각도 없었다. 다만, 다만. 염두에 두는 거다. 지금은 그러기만 하면 된다. 시마 카즈미는 틀어진 대화의 흐름에 올라탔다. 솔직히 지금은 너무 뻔했다. 그럴 줄 알았다. 이 건에 한해서는 완벽하게 예상 내였다. 그리고 키쿄 유즈루의 예상 내이기도 했다.
“선물 사면 뇌물수수로 쫓아낸다고 했어.”
예상 내라서 답변도 이미 예정되어 있었다. 사전에 FQA급으로 준비된 리스트가 있었음을 이부키 아이는 모른다. 예상하는 모든 자주 묻는 질문의 발화자는 이부키 아이였다.
“에에? 유타카인데? 그거 깐깐하네…. 그럼 케이크?” “그건…. 세이프려나.”
이것 또한 예정되어 있었다. 대체로 예상이 간다. 산타 모자도, 끝이 보이지 않는 캐롤도. 대체로. 예상할 수 있는가와 견딜 수 있느냐는 조금 다른 사안이지만. 이부키 아이가 다시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후렴부터다. 올아이원포크리스마스이즈유. 설마 이제 후렴만 반복하는 건 아니겠지. 소름이 돋는다. 그렇다면 시마 카즈미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부키 아이를 신고할 자신이 있었다. 다행히도 노래를 빨리 끝내버리기 위한 후렴이었다. 이 스피커는 스킵기능까지 가능하다. 무음만 빼고선. 다시 한 곡 훌륭하게 마무리한 이부키 아이가 불쑥 물었다. 모자의 털 방울을 흔들어 댔다. 뭐든 이뤄 드립니다. 서비스.
“그럼 시마는 무슨 선물 받고 싶어?” “나?”
예상 범위를 조금 벗어났다. 시마 카즈미는 오래 생각했다. 그러다 이내 귀찮아졌다. 정말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은 해서 무엇 하랴. 마침 11시도 말미에 다다랐겠다, 그대로 무시했다. 약 2분 여간. 하루 들어 제일 조용한 마지막 2분이었다. 시마 카즈미는 날짜가 지나길 기다렸고 이부키 아이는 대답을 기다렸다. 그냥 해본 말이었으면 그대로 넘어갔겠지만 그건 또 아니었던 듯하다.
“무시? 어이. 나는 있잖아.”
이대로 번잡스러운 대화가 이어지면 어쩌나 했는데 순간 날짜가 넘어갔다. 12월 25일. 00시 00분. 여전히 까만 밤. 최대한 자연스럽게.
“아, 메리 크리스마스.” “시마쨩!”
이부키 아이는 독촉을 싸그리 날려버렸다. 양 손을 쥐었다. 12시야! 12시! 정확하네! 이걸 맞추려고 했어? 로맨티스트야? 호들갑이 요란했다. 곧바로 후회를 불러오기에는 딱 좋을 정도로. 매번 줬다 빈정 상해 거둬들이는데도 이부키 아이는 매번 이 패턴을 고수한다. 이 과정을 더 즐기는 지도 몰랐다. 메리 크리스마스! 줬음 땡이지!
고요했던 건 딱 2분이었다. 메리 크리스마스는 인사에도 불구하고 산산조각났다. 대목이랬잖은가. 각 가정의 다정한 산타가 아이 머리맡에 선물 상자를 두는 사이 소돔과 고모라도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난다. 술 취한 미친놈이 오토바이에 폭죽을 매달고 역주행하는 그런 것. 날짜도 지났으니 곧 아기예수가 태어나는 마당에 성야와는 거리가 멀다. 시마 카즈미는 투덜거렸다.
“선물이라면 그냥 조용한 하루를 받고 싶네. 진심.” “그래? 그랬으면 좋겠네.”
접수 완료. 이부키 아이가 선뜻 받았다. 진심처럼 들려서 퍽 위로가 된다. 하지만 그저 넋두리였다. 기적처럼 조용한 크리스마스는 도통 없는 법이다. 동방박사 셋 별을 쫓아 선물 싣고 말 타던 광야 대신 도시를 달린다. 아, 저 새끼가 오토바이 버리고 발로 튀어서 그렇다. 골목엔 차가 못 들어간다.
“아! 이거 진짜 거슬려어!”
뜀박질하던 이부키 아이가 소리 질렀다. 뒤통수 뒤로 산타 모자가 너울졌다. 흰 방울이 흔들렸다. 떨어뜨리지 않으려 머리를 꼭 붙잡고 뛰고 있었다. 이 와중에. 시마 카즈미는 기가 찼다. 이미 산타들은 집에서 잠을 자고 있어요. 이 시간에 거리를 나돌아 다니는 산타라면 그건 정신 나간 또라이지. 이부키 아이같은.
“바보! 벗으면 되잖아!” “싫어!”
무슨 오기인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기어코 따라잡아 발 날리는 걸 보니 대단하긴 했다. 올아이원포크리스마스이즈유. 차곡차곡 박자에 맞춰 두들겼다. 어디, 역주행을, 죽을라고, 오토바이가, 역주행을, 하면, 누가, 죽겠어, 네가, 죽지. 혼자, 죽음, 다행이고. 진짜, 운 좋아서, 살았지. 전부 맞는 말이라 시마 카즈미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좀 더 오래 패라고. 이부키가 너무 빨라서, 예, 그렇죠. 갔더니 벌써 흠씬 패놓고 있었다니까요. 불량 형사에요. 변명 따위를 생각했다. 하루의 패턴을 작정했는지 똑같은 캐롤로 끝이 났다. 구호 맞춰 우르르 치는 게 마치 어린애들 장난 인디안 밥 같다. 올아이원포크리스마스이즈유. 그 자리에선 부르는 이부키 아이와, 듣는 시마 카즈미만 알아들었다. 맞는 놈은 부르지도 듣지도 않았으니 논외다. 아마 무슨 노래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청중이 혼자라서 좀 그랬다. 미친놈을 잡았으니 미친놈이 버려 놓은 오토바이를 찾으러 가야 했다. 조금 더 얌전한 캐롤을 부르지 그랬어. 큰 길 어귀에 쓰려트려 놓은 것을 기억한다. 아님 가사를 몽땅 뭉그러뜨리지 그랬어. 올아이원포크리스마스이즈유. 매단 불꽃이 꺼진 지 오래겠다. 이 자식, 무겁잖아. 이부키 아이가 욕을 했다. 두 발로 서지 못하게 한 건 이부키 아이니까 알아서 책임지라 했다. 아침이 되고 크리스마스 당일 아침이 밝아도 이부키 아이는 원하는 선물을 직접 말로 하지 않을 것이고 머리맡을 살펴보지 않을 것이다. 올아이원포크리스마스이즈유. 정말 원할 것도 아니면서. 다들 거짓말쟁이다.
“시마, 어디가?” “오토바이 찾으러.”
아기예수가 태어날 날이다. 적막한 밤은 멀다. 허나 아기예수가 태어나던 때에 헤롯왕이 베들레헴의 젖먹이들을 죄 족치기도 했으니 복음과 현실은 비슷하며 같은 궤를 달린다. 그들이 동방박사가 아니라서, 말구유의 아기예수를 보지 못하고 이곳에 있을 뿐이다. 과연 메시아가 구원을 할까 죄를 사해줄까 궁금해하며. 진짜 원하는 선물은 감추고 하잘것없는 선물을 바란다 속삭인 채. 그러고 보니 케이크는 초코 케이크가 좋다고 했었다. 유타카의 희망이었다. 그 누구도 원하는 선물 받지는 못할 날이어도 아이 한 명 쯤의 소망은 이루어줘도 괜찮지. 이부키 아이는 당장 홀케이크를 사자고 했다.
“바보야?”
이런 날은 초코 케이크라면 대체로 부쉬드노엘로 정해져 있다. 아주 전형적인 크리스마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