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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MIU404 / 이부시마 / 완벽한 밀실 2025-09-08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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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당번 근무를 기준으로 말하자면 이부키 아이는 24시간 중 삼분의 일 정도는 쓸모 있고, 나머지는 전혀 쓸모가 없다. 매몰찬 평가랄 수도 있지만 사실 이만하면 굉장히 준수한 편이다. 시마 카즈미는 본인에 대해서도 평가가 얄짤없기 때문이다. 참고로 시마 카즈미 스스로를 평하자면 24시간 중 절반 정도는 쓸모없다. 그러니까 삼분의 일 쓸모 있다는 말은 언뜻 들어선 형편없어 보이지만 시마 카즈미 기준에서는 대충 합격선이라는 뜻에 가깝다. 쓸모 있을 때의 가산점을 더하면 합격선을 넘기고도 잔돈이 남는다. 이부키 아이는 이게 참 어렵다. 복잡하네. 팔짱을 낀다. 이부키 아이의 입으로 얘기하면 이건 완전우수, 단 네 글자로 끝낼 수 있는 이야기다. 아니아니, 완전 다르지. 지금 얘기 어디에 그렇게 받아들일 구석이 있었어?

삼분의 일 남짓인 이부키 아이의 쓸모에 대해 말해보려 한다. 바로 옆자리에선 당사자가 팔짱을 낀 채 볼을 한껏 끌어당겨 웃고 있다. 바짝 드러낸 이가 가지런하다. 어떤 장점을 어필하고 있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다만 그 꼴을 보아하니 일단 쓸모없는 점부터 말해야겠다. 이부키 아이가 저래 활짝 웃고 있으면 시마 카즈미는 공연히 짜증나거나 엄청나게 불안해지고 만다. 십중팔구는 예측 불가능한 폭탄이 터지기 마련이라. 서른이 훌쩍 넘어서도 새삼스럽게 배우는 점이 있다. 웃는 낯에는 얼마든지 침을 뱉을 수 있다. 이부키 아이의 낯짝에 한해서라면.


“저기, 시마쨩. 지금 그 얘기가 아니잖아.”


대면한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작은 수작은 번번이 이부키 아이에게 걸려 주제는 매번 꼼짝없이 제자리로 돌아오고 만다. 당사자 앞에서 장점을 말해주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 시마 카즈미는 말머리를 빙빙 돌려가며 뜸을 오래 들인다. 누구야, 이런 청소년 수련회 심야프로그램 같은 훈훈한 인사평가를 기획한 사람은. 아마 기획자는 시마 카즈미와 이부키 아이, 둘 다일 것이다. 단 둘이 있을 때의 대화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물다가 엉뚱한 곳까지 흘러가는 것이 보통 일이었으므로. 바로 이곳이 그 엉뚱한 곳이다. 스마일의 지옥이다. 다만 제대로 삘이 꽂혔는지 지금의 이부키 아이는 완전 칭찬받을 태세다. 스마일. 평소였으면 쓰잘머리 없는 잡담은 휴식시간과 함께 일단락되곤 하는데, 집요하게 끌고 있었다. 업무가 추가되는 기분이다. 칭찬스티커 붙이는 것으로 끝낼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하겠다. 


휴식시간 내내 맴돌던 이부키 아이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나서야 시마 카즈미는 겨우 하나 떠다 먹여준다. 발이 빠르지. 나도 알고 너도 알고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시마 카즈미가 이부키 아이에 대해 캐고 다닐 적 이부키 아이가 거쳐 온 모든 곳의 사람들이 마지못해 빠른 발 하나를 입에 올렸는데, 현재의 시마 카즈미 또한 그들과 별반 다를 바 없음을 인정해야한다. 물론 이부키 아이가 만족할 리는 없다. 그건 너무 당연하잖아. 좀 더 창의력을 발휘해서. 리트라이? 질질 끄는 정적을 무전이 깨운다. 머릿속에 낯익은 이름의 길과, 골목, 숫자, 지도가 펼쳐지며 찰나의 인사평가는 멀리 물러간다. 기수는 오늘도 바쁘다. 적어도 마냥 잡담만 하고 살지는 못할 정도로는 바쁘다. 잘됐다. 스마일을 못 본 척 기수의 차는 밤을 가르고 법정속도를 아슬아슬하게 준수하며 달린다. 

아주 간혹 일하는 ‘감’이 있다. 이부키 아이의 쓸모 있는 점에 대해서다. 하필 쓸모니 장점이니 얘기를 한 직후여서 그런지 이번에는 제대로 기능한 김에 슬쩍 얹어 본다. 평소에도 이 반만큼만 해줬으면 시마 카즈미는 결코 칭찬에 인색하게 굴지 않았다. 이부키 아이도 차 안에서의 대화가 연장되었음을 깨달았는지 목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아주 빳빳하다. 눈을 찡긋거리며 웃었다. 본인이 주장하는 자랑거리가 인정받아서 기쁜 것이다. 다시 둘만의 차로 돌아가야 할 시마 카즈미만 끔찍해졌다. 이 거만해진 모가지와 앞으로 몇 시간을 더 함께 해야만 한다. 서에 왔다 갔다 하는 시간, 휴식시간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차에 있을 시간만을 계산해서다. 하지만 여기서 시마 카즈미는 화를 내는 대신 잠시 생각하다 수정한다. 감이라 하는 것은 너무 어중간하니까 직관력이라 해야 하겠다. 겸사겸사 덧붙인다. 감을 따로 써야 할 것만 같아서다. 오감이 뛰어나다. 이건 꽤나 도움이 된다. 들개라는 호칭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기로 하자. 그리고 또, 또…, 또…. 생각이 길어진다. 어물어물 흐려지며 튀려는 사고를 이부키 아이가 채근한다.  


“너무 오래 생각하는 거 아냐? 팟, 하면 팟, 하고 딱! 보이는 그게 많잖아.”

“팟, 하는 게 대체 뭐야. 모르겠어. 이만하면 됐어. 이제 아무것도 팟, 하지 않아.”


다시 수정해야겠다. 생각중이 아니라 차마 말을 못 잇는 중이다. 어이가 없어서. 오쿠타마에서 온 개는 말이 많다. 하여간 많다. 정말로 많다. 사실 부족한 수면시간을 안고 새벽을 꼬박 지새우는 측에서는 고마운 일이긴 하지만. 이것은 따로 말하지 않으려 한다. 괜히 말했다가 옆자리가 몇 배는 더 시끄러워질지 덜컥 겁이 나서다. 소음은 잠을 깨는 수준으로 충분하다. 지금이 딱 감당할 수 있는 선이다.  

나머지 진짜로 말했어야 할 진심들은 삼킨다. 알약처럼 꿀꺽 넘긴다. 아마도 이부키 아이는 이것이 듣고 싶었으리라. 하지만 뻔히 달라고 내미는 손 위에 선뜻 내어 줄 만큼 성격이 좋지는 못하다. 애써 아끼는 걸 눈치챘는지 이부키 아이가 눈을 가늘게 뜬다. 흐음. 느릿하게 차 시트에 등을 기댄다. 슬슬 이 공방에 흥미가 떨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타임오버. 어쨌든 버텨냈으니 시마 카즈미의 승리 쪽으로 바늘이 기울어진다. 예스, 예스. 몰래 주먹을 쥔다. 쥐려고 했다. 찰나에 불길한 소리가 귓전을 때린다. 


“뭐, 시간은 많으니까.”

“뭐라는 거야. 이거 그냥 농담이잖아. 차라리 편의점 신상품 이름대기가 훨씬 재밌겠다.”


주먹에 힘이 맥없이 풀리고 만다. 타임오버인 줄 알았는데 말 한 마디로 순식간에 공소시효가 늘어났다. 오전 9시까지의 몇 시간이 훌쩍 아득해진다. 흡사 달리는 취조실이 아닌가. 도망도 못 간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지금 이부키 아이는 백 퍼센트 쓸모없다는 것이다. 시마 카즈미는 가지런히 손을 모은다. 지금 당장 어디서라도 좋으니 무전이 왔으면. 아무에게도 피해는 없지만(중요하다.) 다급한 사건이 바로 이 근방에서 터져줬으면.

불손한 소망은 시마 카즈미를 멋지게 배반한다. 분명 저녁까지만 해도 바빴는데 잠깐 눈 붙이고 나오니 손바닥 뒤집듯 세상이 조용해졌다. 정말로 잠잠했다. 살다 살다 이렇게 잠잠할 수가 있는 세상이었다. 아기 예수가 태어난 밤도 이렇게 고요하지는 않겠다. 헬프라는 말이 무색하게 차만 밀행을 빙글빙글 돈다. 이로써 둘 다 백 퍼센트 쓸모없어도 무관하게 됐다. 고요한 도로를 달리는 내내 이부키 아이는 닥치는 대로 아무 얘기나 주워섬기는데다가 예시였을 뿐인 편의점 신상품까지 기어이 꺼내들고 말았지만 이따금씩 가만히 시마 카즈미를 바라본다. 


“그래서 생각은 해 봤어?” 

“응. 꽃미남, 꽃미남.”

“진심이 안 느껴져.”


팔짱 끼고 웃는 얼굴 그대로다. 때마다 가시방석에 앉은 듯 거북해지곤 한다. 공연히 짜증나거나, 엄청나게 불안해지는 바로 그 상태다. 헛기침이 날 것만 같다. 이부키 아이가 취조를 못 한다는 편견을 고쳐야만 한다. 시마 카즈미는 가까스로 현실을 받아들이고 묵비권을 행사한다. 이 경험이 나중에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어느 방향에서든. 물론 그 방향에서 시마 카즈미는 취조하는 쪽이다. 지금 같은 입장이 아니다. 절대로.

그러고 보면, 으로 생각은 가볍게 건너간다. 한 번 건너고 나면 징검다리를 덤벙덤벙 뛰는 것은 금방이다. 그러고 보면 움직이는 취조실이자, 밀실이 아닌가. 차 안에는 단 둘이다. 근무 중인 이상 별다른 일이 없을 때까진 내리지 않는다. 유일하게 외부와 연결되어 있는 무전은 물리적으로는 이쪽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 내부에서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스스로 말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모를 것이고. 꽤 완벽했다. 그런 거지. 말 돌릴 겸 재미삼아 툭 던져봤는데 이부키 아이는 꽤나 흥미로워했다. 


“헤에. 그런 생각 하는?” 


뇌까리며 창 쪽을 보는데 창밖을 보는지 창에 비친 시마 카즈미의 모습을 보는지는 알 수 없었다. 오밤중까지 멋내기 안경은 안 썼으면 좋겠다. 멍청해 보이니까. 그 뜻을 담아 팔을 뻗어 안경을 위로 쳐내버린다. 급습에 이부키 아이가 펄쩍 뛰며 성질을 낸다. 여유작작하며 끼던 팔짱이 풀려 허우적댄다. 빗나간 안경을 고쳐쓴다. 아 진짜. 건드리지 마. 유감스럽게도 눈은 찔리지 않았나 보다.


“그러니까 이 안에선 뭘 해도 아무도 모른다는 거지.” 


시마 카즈미는 모른 척 능청을 떤다. 그래, 아무도 모른다. 이런 것도. 이부키 아이의 거지같은 칭찬놀이도. 


“바보 아냐? 하긴 뭘 해. 밀행을 해야 할 거 아냐. 밀행을. 앞을 보고. 운전해라. 집중해. 지금도 어딘가에선 말야.”

“네, 네. 그래서 기수도 있는 거죠. 우회전합니다.”


이부키 아이가 정론을 말하면, 그것도 바보라고 핀잔을 섞어 말하면 괜히 기분이 나빠진다. 반박하기 힘들수록 더욱 그렇다. 모두들 한 번씩은 느껴봤을 법한 일인데, 아무래도 시마 카즈미가 이부키 아이와 접하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길기 때문에 더 자주 느낀다. 이것 또한 쓸모 있는 점에 넣어야 할지는 조금 망설여진다. 주택가에 접어들어 이부키 아이에게 운전대를 넘겨준다. 


“지금 팟, 하고 떠올랐지?”

“절대 아니야.”


아직도 포기하지 않았나 보다. 적어도 당번근무 마치기까지는 무리다. 시마 카즈미는 대신 다른 것을 생각했다. 하도 적막한 날이라 그런 생각을 하기에도 퍽 어울렸다. 흘러가는 가로등을 보면서. 적당히 상황 확인에 불과한 무전을 주고받으며. 그저 잠을 깨기 위한 잡담을 두런두런 섞으며. 이부키 아이가 원하는 대로 쓸모에 대해 말하며.(밥 할 때 정말 쓸모 있다고 추가한 참이다.) 그는 계속해서 밀실에 대해 생각한다. 밀실이면 뭐하나. 일어나는 일이라고는 집요한 채근과 취조가 전분데. 탈출의 열쇠는 외부로부터 온다. 인위적으로 분해되어 잘게 끊기는 진동 소리가 404를 부른다. 냉큼 낚아챈다. 시마 카즈미의 목소리도 저쪽에는 전자음과 함께 분해되어 닿을 것이다. 이 얼마나 고립되어 있는 공간인지 겨우 알 만 하다. 이부키 아이가 미리미리 차를 틀어놓는다.


강도인 줄 알았는데 술 취해 몰래 기어들어온 가장이었단다. 손에 든 것이 총이라 해서 다들 바짝 긴장했는데 막상 잡고 나서 보니 꿈나라 간 아들 주겠다는 장난감 총이다. 제압을 목표로 들어가서 끝내는 부부싸움을 말리고 말았다. 새벽 다 늦어 짬짬이 일어난 대다수의 소동은 이런 식이었다. 시마 카즈미의 소망이 뒤늦게야 이루어졌다. 당장 아무에게도 피해는 없지만 다급한 사건, 그야말로 들어맞는다. 남의 집 가장 목덜미 잡았다가 괜히 이부키 아이만 머쓱해졌다. 


“아니, 아저씨. 그러니까 자기 집인데 왜 담을 넘어.”

“산타도 몰래 들어가잖습니까.”

“산타는 술을 안 먹어!” 


쓸모없어졌다. 정말 백 퍼센트를 넘어 이백 퍼센트 쓸모없어졌다. 비교적 쓸모 있던 낮을 끌어와서 계산하면 플러스마이너스 제로다. 그리하여 시마 카즈미의 평가는 적당한 평균을 유지하는 것이다. 시마 카즈미는 손가락질한다. 아무나 물다니, 미친개지, 미친개야. 이부키 아이가 흔들리는 손가락을 보다가, 위 아래 흔들리며 눈으로 슬렁슬렁 좇다가, 그냥 콱 물어버렸다. 어지간히도 약이 오른 모양이다. 진심으로 물었다. 단단한 앞니가 손가락 마디 사이를 파고든다. 혀끝이 손가락 배를 살짝 핥았다. 남들 다 자는 새벽 주택가라 차마 소리도 지르지 못한다. 비명은 순 속으로만 오그라들었다. 진짜 미친개다. 미친개가 아니고서야 이럴 순 없다. 이것이 오늘 일어난 일 중 가장 큰 상해사건이었다.  

명백하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된 이부키 아이와 시마 카즈미 차 안에 틀어박힌다. 예의 밀실이라 했던 그곳에. 아, 아팠어? 미안. 정작 물고 난 이부키 아이는 천연덕스럽다. 여전한 스마일. 뻔뻔하기까지 하다. 반성의 터럭조차 보이지 않는 모습이다. 누가 이부키 아이에게 이따위 자신감을 쥐어주었는가. 적어도 오늘 하루에 한해선 시마 카즈미다. 쓸모를 논하던 하루 동안의 일들이 바보 같아진다. 허무하다. 


“진짜 바보 같은 하루고, 바보 같은 대화였어.”

“왜, 재밌잖아.”


두 번은 안 할래. 라고 하기엔 자신이 없다. 언젠가는 또 단단히 휘말리겠지. 의외로 잊지를 않는 이부키 아이가 냉장고에 잘 보관할 모습이 눈에 선하다. 불시에 꺼내들어 당황하게 할 미래 또한. 시효는 만료가 아니라 정지다. 차 안에서 날이 밝아가는 모습을 본다. 새벽일을 하는 사람들만의 작은 특권이다. 가로등 불빛들을 걷어내고 빛을 받아 훤히 드러나는 아스팔트 무늬를 눈이 시리게 본다. 아침이 다가오면 콜의 빈도도 현저히 적어진다. 적어도 이 근방에선 별 탈 없이 하루가 갔군, 안심해도 좋을 순간이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만에 하나라는 경각심만 겨우 붙들어 놓는다. 방법은 간단하다. 위장에 커피를 털어 넣는 것이다. 그래도 이런 시간이면 맘이 살살 풀어지며 나긋나긋해지곤 한다. 적어도 이부키 아이가 모든 쓸모를 넘어 정말로 좋은 형사라고는 말할 수 있을 정도로는. 손가락 마디가 아직도 욱신거려서 겨우 참아낸다. 그러니까 다 이부키 아이의 잘못이다. 이부키 아이는 것도 모르고 멜론빵 노래나 흥얼거리고 있다. 가사가 뭉그러진다. 정작 아침밥은 멜론빵이 아닌 다른 것을 먹었다. 멜론빵과는 조금도 비슷하지 않았다. 연상될 만한 건덕지도 없었다. 그러니까 이 사람은 그냥 아침이 와서 미친 게다. 오전 9시가 임박해서 다행이다. 단 둘만의 밀실에서 곧 해방이었다. 기지개를 켠다. 이제는 팔을 뻗으면 천장에 손이 쉬이 닿는다. 천장에 닿은 손가락 끝이 근지럽다.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던 그 높이가 그리워질 때가 간혹 있지만 일단 지금은 괜찮다. 그만큼 이 밀실은 아주 좁기에. 운전석과  조수석의 높이가 같기 때문에.


“이부키.”

“아?”


시마 카즈미가 이부키 아이에게 하나만 말해둔다고 할 때는 대다수가 허를 찌를 때다. 천장에 쉬이 닿듯이 잠깐 뻗으면 옆 자리에도 금방 닿는다. 정확하게 이부키가 물었던 그 손이다. 안경을 지키려 했겠지만 이미 늦었다. 건장한 사람 하나의 무게가 묵직하게 딸려왔다. 짧은 거리를 기울이면, 앞니의 감촉이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쿵. 박치기라고나 할 수 있는 접촉이다. 침을 뱉을 수도 있지만 이런 일도 할 수 있다. 멍청한 얼굴. 시마 카즈미는 빠르게 몸을 뺀다. 야, 야. 시마. 이거 말고. 뒤에서 소리를 지르든 말든. 단 둘만의 장소가 아니고 보는 눈이 많으므로 이부키 아이는 아무 말도 못 한다. 아무도 모른다. 이런 밀실을 떠올리는 것은 상대가 이부키 아이라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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