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키치가 쿠마가와를 좋아한다. 히토요시 젠치키가 쿠마가와 미소기를 좋아한다. 그 히토요시 젠키치가 그 쿠마가와 미소기를 좋아한다. 이거 뻥이지? 히토요시 젠키치가 비명을 지른다. 그는 처음에는 접싯물에 코를 박았다. 그 다음에는 기둥에 머리를 박았다. 또 다음에는 쿠로카미 메다카에게 한 대만 패달라고 했다. 셋 다 불발되었다. 그래서 히토요시 젠키치는 좀 더 안전한 현실도피를 향해 도망쳤다. 낭만적 도피에 관해서라면 에무카에가 알려주었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꽃은 꽃잎 한 장만을 남긴 채 내팽개쳐졌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가엾게도. 꽃잎 한 장짜리의 꽃말은 전부 ‘좋아한다’로 귀결되었다. 히토요시 젠치키가 쿠마가와 미소기를 좋아한다. 애초에 ‘싫어한다’가 아닌 ‘좋아하지 않는다’로 꽃점을 친 데부터 히토요시 젠키치는 많이도 틀려먹었다. 그가 자신의 오류를 포함하여 이 명제를 받아들이는 데에는 약 한 달이 걸렸다. 젠장.
히토요시는 타이밍에 대해서는 약간 고민했지만 어쨌든 쿠마가와에게 솔직하게 고백했다. 사춘기의 치기이기도 했고 얼른 고백하고 끝났으면 하는 마음에서도 있었지만 일단은 상대가 쿠마가와라서였다. 상대가 쿠마가와니까, 어떻게든 전달해야했다. 가급적이면 직접적으로, 아무런 은유도 수사도 없이. 이건 생각이라기보다는 그간 쿠마가와를 대하면서 몸에 쌓은 경험으로 나온 감각이었다. 이후 히토요시가 고민한 것이라고는 이것뿐이었다. 언제 고백하지. 괜한 고민이었다.
고민한 타이밍과는 관계없이 고백상황은 아주 좋지 않았다. 무드라고는 똥에 쓸래도 없었기 때문이다. 히토요시의 잘못은 아니다. 그로선 노력했으나, 그 쿠마가와 앞에선 별 수 없었다. 쿠마가와 미소기는 당연히 히토요시 젠치키의 고백을 농담 취급했고, 말귀를 못 알아먹었으며, 정말로 집요하게 부정했다. 거기에 빡이 친 히토요시는 거진 쿠마가와의 멱살을 잡고 화를 낼 듯이 고백했다. 욕도 좀 했던 것 같다. 그때서야 쿠마가와는 겨우 알아들었다. 그리고 동시에 약간 상황이 스스로에게 안 좋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히토요시 젠치키가 쿠마가와 미소기를 좋아한다. 이거 완전히 ‘에이프릴 풀’이군.
그나마 다행인 일이 하나 있었다. 다행히도 쿠마가와는 ‘올 픽션’을 가지고 있었다. 쿠마가와는 히토요시와는 달랐다. 쿠마가와의 고민은 히토요시의 고민의 백분의 일도 채 되지 않았다. 아주 짧은 시간을 생각하고, 쿠마가와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올 픽션을 사용하기로 했다. 쿠마가와 미소기에 대한 히토요시 젠키치의 마음을 없던 걸로 한다. 그게 꽃잎 한 장짜리 꽃들에 대한 학살이란 걸 그가 알았을까? 아마도 몰랐을 것이다. 알 리가 없지.
다만 문제가 있었다. 규정이었다. 쿠마가와 미소기에 대한 히토요시 젠키치의 감정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고백을 들었음에도 말이다.
자신이 뭔지도 모르는 걸 없던 걸로 해버릴 수는 없으니까. 쿠마가와 미소기에 대한 히토요시 젠키치의 모든 생각을 없애버리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갱생한 쿠마가와는 함부로 그 쪽을 택하지 않았다. 갱생 전의 쿠마가와라면 그랬을지도 모르고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갱생 전의 미소기를 히토요시가 좋아할 확률이 낮으니 어차피 무의미한 생각이다. 다만 쿠마가와는 히토요시가 쿠마가와에게 품는 연애감정의 일종만을 깔끔하게 없던 걸로 해버리기로 마음먹었고, 이게 바로 쿠마가와의 패인이다. 원래 그는 지는 사람이었다. 여기에는 쿠마가와도 이견이 없다. 은연중에도 느끼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이 방법은 틀렸다고. 굳이 질 게 뻔한 이 방법을 택한 것은 어쩌면 쿠마가와의 호기심의 발로에도 가깝다. 이렇게 호의를 아무 대가 없이 일직선으로 받는 건 거의 없던 일이었으므로 좀 지더라도 파헤쳐보는 것쯤 어떠랴 싶었던 거다.
그 다음날부터 쿠마가와는 히토요시에게 달라붙었고 집요하게 그 감정의 정체에 대해서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용이란 대략 이렇다.
『젠키치쨩, 어때 나랑 뽀뽀도 하고 싶고 이런 것도 하고 싶고 저런 것도 하고 싶어?』 『내가 왜 좋아? 언제부터 좋아했어?』 『어디가 좋아? 뭐에 반했어?』 『내가 지금 이걸 주면 좋아할 거 같아?』 『나 좋아하면 이런 거 해줄 수 있어?』 『내가 이런 짓 하는데도 싫지 않아?』 『어라, 나 좋아하는데 젠치키쨩 지금 짜증내는 거야?』
쿠마가와가 의도하진 않았지만 이거야말로 히토요시 능욕이었다. 그동안 히토요시에게 걸었던 모든 수작들 중에 이게 제일 효과 있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다. 쿠마가와가 추근덕거릴 때마다 히토요시가 애써 외면했지만 결국엔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히토요시 젠키치가 쿠마가와 미소기를 좋아한다는 명제가 다시금 드리워졌다. 아마 솔찬히 머리 깨나 박고 싶을 것을 것이다. 히토요시는 이를 갈면서 혹은 울면서 혹은 화를 내면서 이 수모를 견뎌냈다. 그럼에도 히토요시는 단 한 번도 쿠마가와의 말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모든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 그러하듯이.
그리고 쿠마가와는 아주 아주 아주 잘 반하는 남자다. 쿠마가와는 바로 여기서 망했다. 그도 대충은 짐작하고 있었다. 그로 인해 질 거라는 걸. 쿠마가와에 대한 히토요시의 감정이 손에 잡힐 즈음에, 쿠마가와 미소기 또한 히토요시 젠키치에게 반했다. 발치에 꽃이 흩어진다. 잎이 죄 한 장짜리다. 꽃잎 한 장 남은 꽃들의 꽃말을 알고 있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굳이 한 장짜리일 필요도 없었다. 쿠마가와는 꽃점을 칠 때, 한 방향으로만 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좋아한다. 그걸 덮는 방법은 간단하다. 거짓말이다.
쿠마가와는 거짓말이 능숙하다. 인생의 구할 이상이 거짓말이다. 히토요시에게 반한 걸 들키지 않고 히토요시의 애정을 시험하고 재단하는 날들이 그로부터 삼 일간 더 이어졌다. 히토요시는 애정시험이 아주 죽을 맛이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쿠마가와는 그 삼 일간을 충분히 즐겼다. 플러스의 애정이란 건 이런 거구나, 하고. 그는 히토요시에게 반한 순간, 플러스의 애정체험학습 기간을 단 삼일로 잡았다. 삼일이면 차고도 남았다. 마이너스의 사랑 쪽이 쿠마가와에게는 더 익숙했다. 기왕 사랑을 한다면 익숙한 쪽이 낫다. 약간 상황이 변했을 뿐, 쿠마가와가 올 픽션을 사용한다는 것만큼은 변함이 없었다.
히토요시가 고백할 타이밍을 쟀던 것처럼, 쿠마가와도 신중하게 타이밍을 쟀다. 히토요시는 방과 후 학생회실에서 고백을 했었다. 해질녘이었다. 히토요시의 고민이 아주 헛된 건 아니었던 게, 창밖으로 보는 교정의 해질녘은 꽤 보기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쿠마가와는 그쯤이야 맞춰줄 수 있었다. 타이밍은 그렇게 정해졌다.
요 며칠간 둘은 하교를 같이 했었는데 쭉 큰길을 내려가다가 사거리에서 신호가 바뀌고 쿠마가와가 길을 건너거든 그게 바로 갈림길이었다. 쿠마가와는 여전히 이런저런 시시껄렁한 말들을 했다. 히토요시는 얼척 없는 말들에 왈칵 성을 내면서도 받아주었다. 그리고 사거리 앞에서 마지막으로 쿠마가와는 『젠키치쨩, 좋아해.』 라고 말했다. 괄호를 붙여서. 그동안 히토요시를 시험하면서 많이 해왔던 ‘좋아해’들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히토요시는 더럽게 맘에 안 찬다는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렇게까지 싫은 건 아니었을 거다.
파란 불이 깜박거렸다. 쿠마가와는 횡단보도를 다 건넜고 보도블럭을 밟고 올라서 뒤를 돌았다. 히토요시는 빨간 불이 켜지는 것을 보고 몸을 틀어 쿠마가와와 정반대의 길로 갈 것이다. 저만치에서 오던 시내버스가 빨간불을 보면서 속력을 줄이고 있었다. 보행자용 파란불이 깜박이고 있었기에 곧 신호가 바뀔 것이라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버스 안에선 꽉 찬 사람들이 느릿한 버스 움직임에 따라 느릿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쿠마가와는 버스가 지나가길 기다렸다.
올 픽션을 쓰는 데에는 필요한 게 별로 없다. 특정한 손짓도 필요 없고 필요한 언어조차도 없었다. 그저 없던 걸로 해버리면 그만이다. 버스가 지나가면 쿠마가와에 관한 히토요시의 연애감정은 모두 없던 것이 될 것이다. 깔끔하게. 쿠마가와가 오랜 시간을 정의하고 파악한 만큼 미세하게. 히토요시에게 쿠마가와는 단지 조금 얄미운 부회장 정도로 남게 되는 것이다. 뭐, 얄미움의 정도는 쿠마가와 생각일 뿐이지만. 쿠마가와를 좋아하기 전의 히토요시가 쿠마가와를 그의 생각보다 더 싫어했었대도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이제 쿠마가와가 히토요시에게 반해 있다고 해도 말이다.
신호가 바뀌고 버스가 속도를 높였다. 버스가 횡단보도를, 그리고 길 건너편의 히토요시 젠키치와 쿠마가와 미소기의 사이를 가르는 순간, 쿠마가와는 올 픽션을 썼다. 쓰려고 했었다. 히토요시 젠키치가 눈앞에만 없었더라면.
버스가 지나갔다. 만원의 사람들은 그대로 흔들려 저 멀리 사라졌다. 길 건너편에 있어야 할 히토요시가 없었다. 히토요시는 쿠마가와의 앞에 있었다. 그는 일단 버릇적으로 쿠마가와의 양 손목부터 붙잡았다. 손으로 발동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도 버릇상에 기분상이다. 어쩔 수가 없다. 히토요시가 갑자기 길을 건너와 쿠마가와를 붙잡는 바람에 쿠마가와는 올 픽션을 발동할 타이밍을 놓쳤다. 타이밍이 아니더라도 히토요시가 눈앞에 있는 이상 올 픽션을 발동시키기가 어렵다.
『왜? 젠키치쨩? 내가 돈 안 갚은 거 있어?』
쿠마가와는 고개를 살짝 비껴보았다. 탁탁 소리가 날 만큼 눈을 인위적으로 깜박인다.
“너 지금 뭐 하려고 했어?”
히토요시 젠키치가 정말로 화가 나 있었기 때문이다.
히토요시가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는 히토요시 자신조차도 모른다. 감이라고 하기에도 참 애매하고 느낌이라던가, 예지? 어느 거 하나 제대로 들어맞는 게 없다. 다만 쿠마가와의 눈동자가 한번 빛을 받고 번들거리는 보고, 히토요시는 확신했다. 아 저 새끼 뭔가 하려고 한다. 그리고 확신보다도 몸이 먼저 움직였다. 쿠마가와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한 얼굴로 젠키치를 바라봤다. 그리고 그 어느 것과도 상관없는 농담을 했다.
히토요시는 정말로 빡이 많이 쳤다. 뭐 예전에도 빡치고 울컥했다고는 했지만 그거야 일상이고 반 장난이었고 이것과는 비교할 거리 자체가 못 된다. 쿠마가와가 마음대로 남의 감정을 주무르려 했다는 데서. 자신의 감정이 쿠마가와에게 정면으로 부정당했다는 데서. 그는 화가 났고 또한 상처받았다.
『히토요시 젠키치의 쿠마가와 미소기에 대한 연애감정을 없던 걸로 하려고 했어.』
쿠마가와는 잠깐 길 건너편의 신호등을 보고 히토요시의 얼굴을 보고 생각을 하다가 솔직하게 대답했다. 솔직하게 괄호를 붙여서. 대답하면서 아지무 나지미가 빌려준 스킬을 썼을까 생각했다. 역시 아지무 나지미가 히토요시에게 괜한 것을 빌려주었다. 하지만 그것도 자신이 히토요시의 시력을 없던 걸로 만드는 바람에 생긴 일이니 결국 자신의 잘못이라는 결과에 도착하고 만다. 어느 길을 걸어도 쿠마가와의 종착점은 실패 혹은 패배뿐이다. 역시나.
쿠마가와의 손목을 부러뜨릴 듯 잡고 있던 히토요시는 쿠마가와의 대답에 참지 못하고 주먹을 썼다. 입안이 터져서 피가 나왔다. 맞은 볼은 곧 부어오를 것이다. 뭐 아무래도 상관은 없는 일이었다. 히토요시도 그걸 알고 있었다. 몇 대 맞는 거 가지곤 쿠마가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을. 그게 더 히토요시를 서럽게 했다. 서럽게 하고 슬프게 하고 화나게 했다. 그는 악을 쓰고 쭈그려 앉았다. 아이처럼.
“이 감정은 내 거야.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는 몰라도 가져가지 마. 없던 걸로 만들지 마.”
주저앉아 우는 히토요시가 쿠마가와는 많이 안쓰러웠다. 이 순간의 히토요시는 감정적으로 약자였다. 그리고 쿠마가와는 누가 뭐래도 약자의 편이었으니까. 다만 쿠마가와는 그 감정적 약자가 자신이기를 바랬다. 히토요시가 아니라 자신이어야 했다. 저렇게 거절을 앞에 두고 우는 건.
결과만을 놓고 보자면 쿠마가와가 원하는 대로 되었다. 쿠마가와가 올 픽션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쿠마가와가 예상한 데서 약간 더 안 좋은 정도로 상황은 나빠졌다. 히토요시는 다음날부터 대놓고 쿠마가와를 무시했다. 쿠마가와가 원했던 얄미운 부회장에서 상종을 하기 싫은 새끼로 하락한 셈인데 쿠마가와는 그럭저럭 만족했다.
올 픽션을 사용하기는 했다. 그날 올 픽션의 사용은 히토요시의 감정을 없던 걸로 하는 대신에 히토요시가 친 자신의 볼의 상처를 없던 걸로 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다음날 아침, 쿠마가와의 멀쩡한 볼에 히토요시는 시선을 돌렸다. 애정이 경멸로 바뀌는 것이 이다지도 쉬운 일이다. 모든 일이 다 잘 되었다. 쿠마가와는 이제 자신을 싫어하는 히토요시를 마음껏 짝사랑할 수 있었다. 아지무 나지미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넌 절대 너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을 짝사랑하는구나. 페티시같은 걸까.’
변태 같은 발언이라며 웃고 넘어갔지만 지금의 쿠마가와는 시원하게 인정할 수 있었다. 나는 짝사랑성애자다.
쿠마가와가 마음을 편하게 먹고 혼자만의 짝사랑을 즐기고 있을 무렵, 히토요시의 마음은 영 편치 못했다. 때린 놈인데도 다리 뻗고 자기는커녕 쭈그려 앉아 자는 꼴이었다. 쿠마가와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그날의 사거리에서 말한 『젠치키쨩, 좋아해』와. 붙은 괄호조차도 변하지 않았다. 쿠마가와는 자주 『젠키치쨩, 좋아해』를 주워 삼았고 매일같이 이 말을 듣는 것이 히토요시로선 고역이었다. 끔찍했다. 차라리 쿠마가와가 히토요시의 애정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던 지난날들이 백번은 나았다. 최악 아래 최악이 있다더니.
이쯤 되니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가 불분명해졌다. 히토요시는 쿠마가와를 무시했고 쿠마가와는 히토요시에게 좋아한다는 말을 시시때때로 했고 히토요시는 그 말마저도 무시했지만 늘 속이 쓰렸다. 물론 진짜 가해자는 히토요시에게 올 픽션을 쓰려고 한 쿠마가와였다. 히토요시는 쿠마가와를 때렸고 그를 무시했고 거진 경멸까지도 갈 뻔 했으나 엄연한 피해자였다. 그리고 경멸까지 갈 뻔 했다 뿐이지 실제로는 가지도 못했다. 꼭 따지자면 아마 연민에 가까웠겠지 그건.
그래서 히토요시가 다시 운 것은 쿠마가와를 무시하는 게 힘들어서도 아니고 제 속도 모르고 쿠마가와가 앵무새처럼 히토요시의 등에 대고 좋아한다고 마냥 떠들어서도 아니었다. 젠키치는 그저 연민을 견디지 못했다. 쿠마가와에 대한 연민, 내팽개쳐진 자신의 진심에 대한 연민. 젠키치는 쿠마가와 앞에서 울면서 말했다. 어째서 올 픽션을 쓴 거야. 왜 그렇게까지 짓밟아야만 했어. 히토요시의 애정은 그렇게 쉽게 무시당할만한 것이었고 쿠마가와는 스스로가 그것조차 버거워 올 픽션의 사용까지 내몰렸다는 게 그저 불쌍했다. 꽃점같은건 치는 게 아니었다. 좋아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뜯겨져 나간 꽃잎들이 제일 불쌍하다.
여기까지다. 쿠마가와를 한 대 치고 또 울컥해서 한 대 치고 맞아서도 별 일 아니라는 듯한 쿠마가와의 얼굴에 다시 한 번 주먹을 들어 올렸다가 주먹 위로 돋아난 힘줄이 스르르 풀어지고 그대로 손을 펼쳐 멱살을 잡아 눈을 마주쳤다. 쿠마가와는 여전히 이해를 못하는 듯했다.
『맞은 건 난데 왜 젠키치쨩이 울고 있어?』
눈물은 고요하게 찻물처럼 차올랐다. 다관 끝에서 물방울이 맺혀 흔들리다가 툭 떨어짐과 동시에 물줄기를 이루는 것과 같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이 따뜻했다. 히토요시는 힘겹게 울음을 집어삼켰고 쿠마가와가 히토요시의 볼을 쓸어 눈물이 흘러가는 줄기를 더듬었다. 손톱 끝이 죄 갈라져있어 볼이 따끔거렸다.
『쉬, 착하지.』
달래는 말은 어색하고 쿠마가와는 아이를 다루는 법을 모른다. 젠키치의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멱살을 잡은 손이 풀어지려다 다시금 쿠마가와의 스탠딩칼라를 바투 쥐었다. 이 사람을 좋아하는 방법을 가르쳐 달라고, 히토요시는 속으로 연신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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