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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MIU404 / 이부시마 / 별일 없이 산다 2025-09-08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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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하루다. 24시간 플러스알파. 단순하게 시간만 입에 올리면 까마득하게 들리는 시간이다. 커다란 홀 케이크 한 시간단위로 쪼개도 무려 스물네 개. 일, 이, 삼, 사, 오, 육…. 손가락을 접다가 집어치운다. 길다, 길어. 하지만 이것도 다 시동을 걸기 전의 일이다. 막상 시동을 걸고 나면 시작할 때의 막막함과는 다르게 시간은 쏜살같이 압축되어 흘러간다. 오전, 오후, 저녁, 밤, 새벽이 번갈아가며 서로 다른 빛의 기울기, 광량으로 덧칠된다. 이건 그들이 하루 종일 바빴는가, 바쁘지 않았는가 하고는 전혀 관계없다. 세상에 사건 사고가 많든 적든 당번 근무 시간만큼은 동일한 법칙으로, 농밀하게, 감각을 왜곡하며 충실하게 아인슈타인을 따라간다. 그래, 이부키 아이는 혼자서 당번 근무의 시간이라고 부르곤 한다. 일반적으로 부르는 당번 근무와 대체 뭐가 다르냐 하겠지만 좀 더 포괄적인 의미를 담아서다.(그는 딱 멋지게 들어맞는 말을 아직 떠올리지 못했다) 혼자서 부르는 것은 그의 파트너가 동의해 주지 않아서였다. 그의 파트너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다가, 여타 개소리와 마찬가지로 한데 묶어 코웃음 치는 걸로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해 버렸다. 이후 이름에 대한 사용권은 이부키 아이 홀로 독차지하는 중이다. 나중에 시마 카즈미가 쓰고 싶다 졸라도 절대 허락해주지 않을 심산이다. 이 또한 시마 카즈미는 개소리로 치부했다. 바보. 그런 말이나 하니까 시간이 빨리 가는 거야.


체감보다 훨씬 빠른 24시간 더해서 플러스알파, 간단하게 줄여 당번 근무의 시간이 지나가면 기수는 비로소 놓여난다. 망가진 워라벨의 천칭이 뒤늦게 균형을 찾는다. 이로써 당분간 파트너와도 안녕, 안녕이다. 회식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은 그렇다. 그 회식이 적어도 오늘은 아니고. 시마쨩, 바이바이. 해질녘 공터에서 헤어지는 어린애인 양 살갑게 손 흔들지만 돌아오는 텐션은 그 절반 정도다. 등 돌려 팔꿈치를 옆구리에 고정한 채 손을 들다 마는데 해석하자면 이렇다. 그래 그래, 잘 가든가. 하하. 제대로 알아들은 이부키 아이가 배 잡고 꺄르르 웃는다. 돌아갈 시간이다. 공유하던 일과를 넘어 각자의 생활로.

생활이라고 했지만 퇴근 후 이부키 아이의 일과는 딱히 일정하지 않다. 묶일 것이 없으니 뭐든 내키는 대로다. 모자란 수면을 제대로 챙길 때도 있고 아닐 때도 있다. 아닐 때는 또 제멋대로다. 술 마시기도 하고 어슬렁거리며 쇼핑을 하기도 하고 간단하게 외식을 하기도 하고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가끔 청소를 하기도 한다. 뭉뚱그리면 대체로 건들건들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얼마나 한가한가. 실제 근처 편의점 등에서는 한낮에 출몰하는 이부키를 반백수로 아는 사람이 더러 있다. 저기, 관사로 들어간다고. 관사라고. 안 보이나? 여기 근처 건물이라면 당연히 관사잖아. 정당한 항의를 하고 싶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일일이 항의하기엔 알바 얼굴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그만 포기해버렸다. 그렇다고 편의점을 옮기기엔 괜히 지는 기분이 들고 말이다. 반 오기나마 같은 편의점을 고수하고 있다. 편의점으로선 어찌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반백수든 경찰이든 내는 돈은 똑같으니까.

사람 만날 약속이 없는 이상 저녁밥은 대개 집에서 먹는다. 먹는 장소가 집이라는 것뿐이지 집밥이라고 하기엔 상당히 그 경계가 애매하다. 홀로 사는 자취인의 식탁이라기엔 또 굉장히 장한 편이고. 맥주 한 캔이 올라가면 좀 더 그럴듯해진다. 반주에 맞춰 자극적인 맛을 찾는 게 요즘 추세라면 추세라고 하겠다. 틀어놓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은 뉴스보다는 예능. 당번 근무의 시간에서 풀려난 하루는 늘어난 고무줄처럼 느슨하게 지나간다. 어느 쪽이 더 낫다 별로다 하는 건 아니다. 텔레비전에서 사람들이 와르르 웃는다. 왜 저렇게 재미있더라? 보다가 저도 재밌어져서 따라 웃는다. 아하학. 두들기는 매트리스에서 풀썩풀썩 이불이 튀고 이윽고 맥주캔이 텅 빈다. 시간을 마셔버렸군.

이부키 아이가 되도록 낮잠을 참는 건 밤잠을 자기 위해서다. 그도 보통의 수면 사이클에 맞춰 가고 싶은 법이라. 버티고 버티다 적당히 세상 사람들은 이때쯤 자겠지, 싶은 시간이 되어서야 불을 끈다. 이불 속에 기어들어가선 천천히 사지를 뻗는다. 그는 잘 때 정자세로 잔다. 잠들기 전, 문득 눈을 뜨면 어슴푸레한 천장이다. 민무늬 흰 천장임에도 어둠을 따라 그가 그린 적 없는 기이한 그림자가 일렁거린다. 어쩌면 커튼 그림자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성보다는 감성이 춤출 시간이기에, 아귀에 맞지 않는 온갖 상상이 날뛴다. 침대 밑에 괴물이 산다던 외국 괴담은 전부 거짓말이다. 사실 그것들은 천장에 사는 것이 틀림없다. 천장으로부터 희미한 빛을 띠고선 줄줄 떨어진다. 한 방울, 두 방울, 이마 위로 떨어지다가 이내 스며든다. 하루를 돌아보게 하고 사소한 일을 풍선처럼 부풀려 고뇌하게 만든다. 자연스럽게 후회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이부키 아이도 떨어지는 천장에선 자유로울 수가 없어서 결국 생각하고 만다. 내가 왜 그랬더라.


시마 카즈미와 키스했다. 오늘 아침이었다. 차키를 뽑고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총총거리며 걷다가 주차장 입구에서야 시마 카즈미를 따라잡았다. 유독 걸음이 느린 걸 보니 시마 카즈미가 이부키 아이를 기다려 줬다는 쪽이 맞겠다. 이부키 아이는 그게 괜시리 고마웠던 것 같다. 아직 당번 근무의 시간이라서 그는 약간의 하이텐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세상에 시마쨩! 이렇게 착한 일을. 잔뜩 귀여워해 줄 태세를 갖추고 덤벼들었다. 시마 카즈미는 기다렸다 차키나 달라 하려 했던 건데 차키 대신 몸뚱이가 달려들자 기겁을 하고 말았다. 저 멀리 물러섰다. 아니야, 이거 아니야. 허나 작정하고 어깨로 들이받는 놈을 어떻게 이길까. 이부키 아이가 한참 시시덕거렸다. 저리 가라. 입구까지 서로 툭툭 치며 받다가 힘만 쭉 뺐다. 지친다, 진짜. 시마 카즈미가 중얼거린 소리가 엄청나게 진심으로 들렸다. 아하하학. 섭섭하네. 어깨를 들썩이며 웃었다. 그랬더니 이마가 너무 가까웠던 거다. 머리카락이 눈이라도 찌를라, 앞머리 사이에 손가락을 찔러 넣고 젖히자 이마가 완연하게 드러났다. 오히려 생각이 한 박자 늦었다. 이마가 이렇게 생겼었군. 이라고 생각했을 때에는 이미 입술이 닿고 있었다. 느릿하게 핥으며 또 늦은 생각이 따라붙었다. 건조하다. 시마 카즈미는 목을 살짝 움츠렸고, 그게 다였다. 아랫입술을 빨았다. 입술이 벌어졌다. 숨에서는 밤샌 사람 특유의 텁텁함이 묻어났다. 그대로 가만히 입을 대고 있었다. 당번 근무의 시간은 처음으로 법칙을 기만하며 속도를 역주행했다. 아주 잠깐 동안. 입을 뗐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슈뢰딩거의 순간이 도래했다. 화를 내거나, 때리거나, 창피해 하거나, 최악으로는 때리거나. 가능성은 전부 기각되었다. 대신 시마 카즈미는 이부키 아이를 물끄러미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고는 눈을 굴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침 엇갈리듯 다른 차가 주차장에 들어왔다. 이 일은 이대로 단락이 났다. 시마 카즈미가 차키를 챙기지 못해서 이부키 아이가 돌려놓아야 했다. 딸랑딸랑 제자리에 걸면서 보니 손에 열쇠 자국이 벌겋게 남아 있었다. 주머니 속에서 얼마나 세게 쥐고 있었던 건지. 잔재는 그것만 남았다. 그마저도 얼마 후에 사라졌다. 일시정지했던 당번 근무의 시간이 다시금 재생되었다. 인수인계를 하고, 성의 없이 글자 몇 자를 끄적거리고. 그리고 나서야 시마쨩, 바이바이. 저도 저지만 시마 카즈미도 참 용케 손을 흔들어 줬다. 잊고 있었는데. 천장으로부터 죄 떨어진다. 뭐지????? 왜 그랬지? 뒤늦은 혼돈이었다. 이부키 아이는 한동안 혼란스러워 했다. 부질없는 리플레이를 거듭하며 주먹을 쥔다. 아침과는 달리 손아귀가 비어 있어서 아무 자국도 남지 않는다. 허 참. 허 참. 그러다 까무룩, 잤다. 자버렸다. 그는 충분히 피곤한 사람이었다. 막상 자고 보니 그저 수면이 답이었다. 다음날 기상과 함께 작은 혼란은 모조리 날아갔다. 까맣게 잊어버렸다. 천장이 밝아서였고, 당장 해야 할 양치가 더 급해서였다.


불행한 일은 그들의 근무패턴이 순환선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데에 있다. 당번 근무의 시간은 다시 돌아오기 마련이고 주차장은 이 순환선이 찍어야 하는 몇 안 되는 큰 정거장 중의 하나다. 그리하여 둘은 정확하게 한 바퀴 돌아 비슷한 시간, 같은 장소에 서게 된다. 이번에는 시마 카즈미가 차키를 들었다. 차키를 받기 위해 그가 굳이 발을 멈추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부키 아이는 뒤따르면서 그저, 어째 손이 비었다고 어색해했다. 그렇지. 저번에는 차키를 들고 있었는데. 그러고 보니 그날 밤에 내가 누워서. 잠이 안 와서. 생각이 끊긴 것은 시마 카즈미가 발을 멈췄기 때문이다. 바로 얼마 전의 그 자리에서다. 저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쥔다. 주먹 안에 단단하고 뾰족한 열쇠가 잡힌 것만 같다. 아마 시마 카즈미 또한 비슷했으리라. 그가 당시 뭘 쥐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시마 카즈미는 주차장 끄트머리에서 멈춰 뒤돌아보고 이부키 아이는 파트너의 행위가 무슨 신호인지를 불행히도 눈치 채고 만다. 충동에서는 훌쩍 멀고, 관성에는 훌쩍 가깝다. 입을 맞춘다. 아주 천천히, 아주 짧게. 미적지근한 숨의 교환. 텁텁한 하루를 맛본다. 그러다 시마 카즈미가 툭, 등을 친다. 재생 버튼을 누른 양 이부키 아이는 화들짝 놀라 삐거덕거린다. 사실은 일상 속에서 이 장면을 털어내 버리고자 했던 손짓이었음을 밤에 누워서야 깨닫는다. 관성이 빠르게 식고 관심 밖으로 멀어지는 순간을 기억한다. 시마 카즈미가 천천히 눈 굴리는 순간이 그렇다.

무심코 키스하고 자연스럽게 잊어버렸다가 잠들기 직전에야 반추한다. 반복적인 관성이 세 번째를 넘어서면 이미 충분히 일과로 편입했음이다. 둘 다 그다지 저항감을 가지지 않았다는 게 불행이고 큰 문제다. 당번 근무의 시간은 비집고 들어온 짧은 일탈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적어도 잠들기 직전에 아차, 하고 떠올릴 정도로는 자연스럽게. 이부키 아이는 사나흘에 한 번은 누운 채 생각한다. 천장에 그림자가 일렁거리면 이내 왜지? 라는 기분에 사로잡힌다. 잠시 뿐이다. 잠이 들면 잡념들은 까무룩 져버린다. 외국의 괴담과는 반대의 벡터를 가지고 천장에서 떨어져서 매트리스 밑으로 꺼져간다. 그래서 이부키 아이가 이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라곤 24시간의 홀 케이크를 스물네 조각으로 나눈 것을 또 여섯 조각으로 나눈 것만큼도 못한다. 머릿속의 코코노에 요히토가 말한다. 그건 그냥 10분이라고 하면 돼요, 이부키씨. 과연 셈이 빠르네, 큐쨩. 이제 이부키 아이의 하루는 온전히 24시간이 아닌 10분 정도를 빼앗긴 23시간 50분 남짓이 되었다. 이 손실을 어디에든 청구해야겠는데 어디에 청구해야 할지는 막막하기만 하다. 


역시나 수면 위로 올리는 사람은 이부키 아이다. 이야기는 24시간 하고 플러스알파의 시간 중에 부상한다. 즉 이제 막 주차장을 빠져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소리다. 책상 모서리의 그림자를 보다가 꿈결처럼 묻는다. 시마. 우리 이거 왜 하는 거지? 


“아아, 그거? 네가 하는 거잖아.”


이부키 아이나 시마 카즈미나 이거, 저거로 지칭이 애매하기 짝이 없다. 딱히 직접적으로 말하기는 싫어 에둘러 피해가는 것이다. 모로 가도 뜻만 통하면 된다는 취지하에 이거 저거 불확실한 대명사만 주워섬기며 대화는 성립된다. 말하는 이부키 아이도 듣는 시마 카즈미도 금방 알아들었으니 괜찮다. 건설적인 얘기를 하는 줄 알았더니 전혀 아니었어. 시마 카즈미가 투덜거린다. 그는 아침 시간대면 기본적으로 모든 대화에 한숨부터 얹고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럴 만 하다. 한창 뒷정리 중에 뜬금없이 주차장이 튀어나오니. 시시비비가 전부 이부키 아이쪽으로 기울어진다. 네가 하는 거잖아. 한 사람에게만 잘못을 모조리 떠넘기는 전형적인 나쁜 수법이다. 그리고 그 한 사람은 늘 이부키더라. 이부키 아이가 혀를 찬다.


“시마. 이런 건 원래 일방적일 수가 없는 거야. 상호작용인 거거든.” 


제 딴엔 문자까지 동원했으나 묵살당한다. 시마 카즈미가 전혀 다른 문맥을 꼬집고선 웃었다. 보통은 여기서 손뼉도 부딪혀야 소리가 난다고 해야 한단다. 이것 또한 전형적으로 나쁜 수법이다. 말 돌리기. 


“하. 네가 상호작용을 알아?”

“바보취급하지 마. 알아. 상호작용. 어쨌든 2인용이라는 거지. 멀티 플레이.”

“그게 그렇게 게임으로 연결이…. 네….”


숫제 감탄까지 한다. 그럼 그렇지. 이게 아닌데 싶지만 점점 익숙한 잡담으로 이어진다. 익숙한 잡담 끝은 얼추 정해져 있다. 나머지 일은 뒷사람만 믿고 퇴근해 발바닥 닦고 잠이나 자자는 거다. 모든 것들이 제자리로 돌아가 있다. 무전기도 노트북도 파일도 펜도. 당번 근무의 시간이 끝난다. 이번 순환선 운행은 종료되었어요. 다음 이 시간에, 를 작은 자막으로 띄운 채 안녕이다. 시마 카즈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한다. 가방을 들고, 문을 밀고 나가기 직전에.  


“신경 쓰이라고 그랬어.”


시마 카즈미는 이 말만을 남기고 퇴근했다. 이부키 아이가 미처 손 흔들지 못했음에도 친절하게 손까지 흔들면서다. 닫히는 문 사이로 손가락만 보였다. 여전히 팔꿈치를 낀 채 대충 흔들고 있었다. 기왕 하는 인사, 잘 좀 하지. 의자 등받이에 턱을 괸다. 삐거덕거린다. 집에 안 가? 안 가요. 그럼 술 마시러 갈까? 입에서 나오는 대로만 대답했을 뿐인데 어느새 고개를 드니 진바 코헤이와 술을 마시고 있다. 무의식 대단하네. 진바 코헤이가 덩달아 기뻐한다. 그거 술꾼의 자질이 있는 거야. 경찰이 해줄 만한 칭찬은 아닌 것 같다. 뭐 어때요. 찰랑찰랑하는 잔을 들고 쭉 뻗는다. 건배는 언제나 기분이 좋다. 얼른 맥주잔 가장자리에 코를 박는다. 당연하지만 시마 카즈미와의 대화는 잊었다. 떠오르는 것, 아니 천장으로부터 흘러내리는 건 오로지 밤에게 맡겨야 한다. 그는 한밤중에만 발을 뻗고 이불을 찬다. 아, 왜? 시마 카즈미가 남긴 말은 혼란을 가중하면 가중했지 아무런 도움도 안 됐다. 그러다 또 까무룩. 이부키 아이는 불면하지 않는다. 하물며 그게 고작 뽀뽀때문이라면 더욱 그렇다. 


차키가 딸랑거린다. 이부키 아이의 마음도 경박하게 흔들거린다. 주차장 한 구석에서, 상대가 폐에 모아둔 밤공기가 지나치게 눅눅했음을 이상하게 생각하면서, 이가 부딪히지 않게 조심하면서. 딸랑이는 것만 같은 차키를 꼭 쥔다. 일상에 깊게 뿌리내린 관성을 들어내기엔 너무 늦었다. 둘 중 하나에게라도 의지가 있었음 진작 멈췄을 텐데, 그런 의지조차 없다. 이부키 아이의 잠자리 10분은 나날이 복잡해져 갈 따름이다. 사나흘에 한 번이었던 밤은 곧 매일 밤이 되었다. 흰 천장의 희미한 그림자는 다채로운 별자리를 그리고 오만 잡생각을 별똥별마냥 떨어뜨린다.

시마 카즈미의 그 말로 인해 그간 이부키 아이가 잃어버린, 지금도 현재진행형으로 잃어버리고 있는 10분이 다분히 의도적이었음이 드러났다. 하지만 시마. 시마 카즈미가 잘못 짚었다. 고작 10분이다. 24시간을 스물네 조각으로 나누고 거기서 또 여섯 조각으로 나누어 뭐가 남을까. 불과 그 정도다. 왜 잠이라도 못 자나 보지? 이런 말을 들을 일은 아마 평생 가도 없을 것이다. 그는 아주 잘 지낸다. 일어나면 복잡했던 잠자리는 금방 잊는다. 양치를 한다. 아침밥을 먹는다. 오늘은 시내에 나가서…. 비번에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최근 통화 목록 중 시마 카즈미의 이름은 저 아래에 있다. 하루의 10분을 제외한다면 이부키 아이의 생활은 대개 이렇다. 신경이라곤 전혀 쓰일 일이 없는 상태로, 시마 카즈미의 실패다. 여간해서야 떠올릴 리 없는 날들이다. 정말로, 단 한 번도. 10분은 더 이상 이부키 아이의 시간이 아니었으므로. 청구를 포기한 이부키 아이는 10분에 대한 미련을 깔끔하게 버렸다. 기왕이라며 천장에 야광별을 붙인다. 그랬더니 천장에서 떨어지는 생각들이 더욱 기괴해졌다. 시마 카즈미가 간과한 게 하나 더 있지. 시마 카즈미가 계속했다 하더라도 시작은 이부키 아이가 먼저 했다. 천장이 속삭인다. 원래 가장 사랑스러운 것들을 보면 입을 맞추고 싶어지는 거야. 그래서 이부키 아이는 유타카의 동그란 뒤통수에 입을 맞추고 차키 키홀더에 입을 맞추고 꽉 들어찬 맥주잔과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운동화와. 그런 벅차고 귀여워 죽겠고 간질간질하고 찌르르한 충동이 솟아나 입 맞추는 것은 순간으로 결코 오래 지속되는 감정이 아니다. 그러니까 반복하는 거겠지. 이부키 아이는 매일 밤마다 아침의 주차장에 대해서 생각한다. 지금은 일부러 주어를 흐리게 했다. 원래 대명사 사이를 흐려왔으므로. 이부키 아이는 매일 밤마다 오전 9시경의 주차장이 아니라 시마 카즈미를 생각한다. 그럼에도 달라질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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