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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갑타 / 어떻긴요,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사는 거죠.2025-03-26 14:50

킬러들의 수다 썰품 심심할때마다추가
모럴이 없고 난 생각이 없다


한 지붕 아래 하나, 둘, 셋. 한 손으로도 모자라서 나머지 한 손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사람이 벌써 일곱이다. 개중 이래저래 대가리라 할 수 있는 이현성이 바깥일을 맡았다. 먹여 살려야 할 입이 저 빼고도 여섯이라 책임이 막중하다. 늘 어깨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었다. 그래서 할 만 하냐, 물으면 손사레치기 바빴다. 입에 풀칠이나 하고 사는 거죠, 뭐. 겸양이나 체면치레가 아니라 거미줄 친 목구멍에서 아우성치는 진또배기 포도청이다. 가뜩이나 최근엔 필리핀이 싼값에 치고 올라와서 더욱 빡쎄졌다. 기어이 파파고가 이 사단을 만들었다. can can? why cannot? 개나 소나 간편하게 번역기 돌려대니 한국 사람들 외국놈들 무서운 줄을 모른 채 건넛집 누구 목 따달라 일 턱턱 던져주는 거다. 아니 걔들이 김영수랑 김연수 구별이나 할 거 같아? 그리하여 사는 게 갈수록 팍팍해진다. 죽이는 것 또한 팍팍해지고. 과학수사인지 뭔지는 왜 이렇게 발전하는지. 저기 뒷집에서 총 팔아주는 서인진마저 난리가 났다. 거기도 어지간히 수지가 안 맞는 모양이다. 간이영수증을 털었다가, 놨다가. 한숨. 세금 내지도 않을 거면서 영수증은 왜 만드는지 알 수가 없는데 나름 장사속이 있겠지 하고 냅두기로 한다. 어차피 이현성도 그 앞에서 테이블 위에 펜뚜껑 굴려가며 한숨쉬긴 매한가지다. 

그래서 말인데 얘들아. 앞으로는 총을 좀 지양하도록 하자. 이 새끼들아, 이게 비비탄인줄 알아. 빵빵 쏘니 감당이 안된다, 감당이.
아, 재미없게시리. 공태성 입이 댓발 나온다. 불만스러운 젓가락이 접시를 찬다. 

재수없게. 젓가락질을 무슨 제삿상처럼... 왜 니가 난리냐. 삐져도 준수 점마가 삐져야지. 

실탄 소비의 6할은 성준수다. 방아쇠 위에서 헛손가락질 하는 공태성이 갈겨봤자 어쩌다 한 번이고 그나마도 연막탄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불만이람. 니들이 그렇게 사이좋은 줄은 몰랐는데. 

아 됐어요! 밥맛 떨어지게. 그래, 내가 손핸가 뭐.  

공태성이 결국 젓가락을 패대기친다. 태성아. 밥먹는데 왜 지랄이야. 시발 욕을 하라고요. 실탄 얘기에도 불만 하나 없이 국 떠먹던 성준수가 욕을 갖다박았다. 금방 이새끼와 저새끼가 난무한다. 이럴 것 같아서 이 집 식탁은 진즉 아주 무거운 걸로 마련했다. 개판이다. 밥그릇에 코를 쳐박던 정희찬이 중얼거린다. 둘이 싸우기 시작했으니 곧 묻힐 소리다. 마찬가지로 냄비받침마냥 눈을 바짝 깐 기상호 속살거림도 묻힌다. 

그럼 저는 총 언제 쏴요?


머릿수가 늘어나면 자연히 분업화가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아이돌을 봐도 그렇고 공장 컨테이너 벨트를 봐도 그렇다. 사람이 일곱이나 되고 사람 죽이는 방법 또한 오만가지인데다, 의뢰인들이 저마다 원하는 방식마저 달라서, 알아서 적당히 자리 하나씩 맡아갔다. 총 잘 쏘는 놈이 총 쏘고, 칼 쓰는 놈이 칼을 썼다. 폭탄은 너무 이목을 끌어서 잘 안 쓰는데 그래도 할 줄 아는 놈이 있기는 했다. 기상호는 이도 저도 아니다. 주로 사람을 죽이진 않고 사람 죽이는 일을 도왔다. 동선기록하기. 사전답사. 사진촬영. 도청. 잠깐 이목 끌기. 배달하기. 씨씨티비 사각지대 만들기. 사·꾸(사고로 꾸미기). 사전 밑준비. 일 끝난 후에 치우기. 기타 등등. 인명은 재천인데 하늘에 달린 일 대신 해내는 게 보통 일이 아니라서 잔손이 많이 간다. 제법 폼 안난다고 생각을 했다. 내도 이제 슬슬 짬 찬 거 같은데. 아, 어디 누구가 실전 안 시켜주나. 은근히 이현성에게 눈치를 주는데 눈치도 좋은 양반이 이 건에선 순 모르쇠다. 

흥신소 뺨치게 쫓아다니면서 사진 찍어 모으고, 구글맵, 네이버 지도, 각종 도면 눈 빠지게 쳐다보다가 초마다 계획 촘촘하게 짜서 한 바탕 구르고 나면 지갑에 돈푼깨나 차곤 한다. 선수금은 대부분 밑작업이나 무기구입하는 등 사전 준비에 들어갔고(선수금보다 오버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최종적으로 일을 끝내고 받는 돈이 순수입이라 할 만하다. 그걸 7분의 1로 똑같이 나눴다. 십 원 단위까지 확실하게. 불공평하다 할 법도 하건만 다들 잠자코 받아갔다. 받아간다 하는 건 말 그대로의 의미로, 이쪽 세계의 거래란 대개 현금으로 이루어져서다. 그나마 5만원권이 생기면서 부피가 많이 줄었다. 기상호는 얄팍한 봉투를 받으며 성준수를 훔쳐본다. 눈이 옆으로 게걸음친다. 성준수는 언제나와 다를 바 없는 표정이다. 이 모든 게 씨발같으면서도 의외로 별 일 아닌듯한. 그래서 더욱 주눅이 든다. 내 7분의 1씩이나 받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는다. 아무 일도 안 하는데.(정희찬이 말했다. 아이다 상호 니 하는 일 많다.) 진짜 사람 목숨 끊은 손이랑 같은 돈을 받는 것이 영 민구스럽다. 이것이 양심인지 도덕인지를 모르겠다. 그럼에도 절대 사양하지 않는 건 그도 결국 지폐 한 장에 절절매는 속물이라서다.

수금날엔 으레 삼겹살을 먹었다. 이현성이 돈 받고 돌아오는 길에 삼겹살을 사 오곤 했다. 오겹도 아니고 벌집도 아니고 냉삼도 아닌 그냥 삼겹살이다. 오늘은 기름칠 좀 해 보자. 운을 떼는 방식도 똑같았다. 돈 들어왔다, 라는 얘기를 늘 돌려 말했다. 

풀떼기만 먹고 사는 줄 아나본데 우리는 매일 기름칠 하고 살아요. 고기없음 젓가락도 안 드는 새끼들이 많아서. 
야. 지금 새끼라고 했냐? 
씨발 귀도 밝네... 아침에도 제육 쳐드시고 나가신 '분'들이. 

그러면서도 비닐 위로 고기를 꾹꾹 눌러보는 공태성 손가락에 신명 들었다. 상호 니 파 사와라. 기상호가 하는 일에는 당연히 잡다한 심부름 또한 포함된다. 원래는 요리까지 맡기려고 했는데 얘가 영 손맛이랄 게 없어서. 기상호 쿠사리 먹는 레퍼토리 중 하나다. 뭐? 총만 못 쏴? 무슨 소리야. 넌 밥도 못 해.

이현성은 고기를 사오거든 정말 딱 삼겹살 3키로만 달랑달랑 들고 오기 때문에(대체 어디서 사 오길래 파절이도 안 주는 건지 공태성은 몹시 궁금하다.) 나머지 쌈야채 양파 마늘 등은 알아서 찾아먹어야 한다. 냉장고를 뒤지든 급하게 사오든. 오늘은 파도 똑 떨어졌다. 상추랑 깻잎이랑 대파 좀 사 와라. 깐 걸로. 니가 까기 싫으면. 아 그리고 부탄가스. 고기먹는 날 공태성이 심부름 시키면 돈을 안 준다. 돈 달라 하면 오히려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쳤다. 아 쫌 금방 돈 들어올텐데 일단 니 돈으로 해 봐. 생활비 관리 너무 느슨한거 아니에요??? 항의는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기상호만 기다리는 장바구니 수달이 샐쭉하니 웃는다. 꼴보기도 싫어라. 삼겹살이니까 참는다.

상추 많이. 깻잎도 많이. 대파는 깐 대파로. 까기 진짜 싫으니까. 콜라. 맥주는 집에 박스째로 사 놨으니까 패스. 고기먹고 나면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지기 마련이다. 아이스크림. 공태성 몫은 빼려다가 그냥 넣는다. 기상호 성질 다 죽었다.(산 적도 없다.) 장바구니가 점점 무거워져서 추려들기 바쁘다. 야채칸과 음료 냉장고 사이 누비는 기상호에게 시선 하나가 따라붙는다. 호흡하지 않고 밑으로부터 천천히, 은밀하게. 솜털을 죄 눕혀가면서. 하지만 너무나 아마추어같아 업계인이 차마 모를 수가 없도록. 기상호가 비록 사람은 못 죽여도 흥신소에 가까워서 잠입과 스토킹엔 도가 트지 않았던가. 그 눈빛 그대로 되돌려주자 저 멀리 새우깡 봉지가 천연덕스럽게 계산대 위로 올라간다. 매운 새우깡이다. 누가 저걸 먹는데?

이제부터 그를 새우깡이라고 부르겠다. 새우깡은 키가 상당히 컸고 그 키와 덩치 때문에 몸이 쉽사리 숨겨지지가 않아서 곧잘 눈에 띄었다. 아무래도 엄폐에는 재주가 없는 듯했다. 숨는 재주도 없는데 어디서 본 건 많은지 항상 모자를 꾹 눌러쓰고 콧대까지 마스크를 덮고 있었다. 역효과로 수상함만 더했다. 그거 그렇게 하는 거 아니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 수상하고 어설퍼서 참견하고 싶은 충동이 불쑥불쑥 튀어올랐다. 차마 그러지 못한 건 특유의 눈빛이 서늘하여 흘겨보거든 소름이 돋을 지경이어서다. 한 마디로 그는 매번 기상호를 죽일 듯이 노려봤다. 뭐 원수진 거 있나. 짚히는 게 너무 많았다. 죄 짓는 걸로 밥 벌어먹고 살지 말 걸.

주로 기상호가 장을 보러 갔을 때 슈퍼에서 새우깡을 발견했는데 이 또한 마주쳤다 하기엔 피차 너무나 음습한 훔쳐봄이었다. 그리고 새우깡은 기상호가 대놓고 시선을 던지는 순간 당황하는 티가 여실했다. 새우깡은 처음엔 새우깡을 집었지만 두 번째에선 파스타소스를 잡았고 세 번째에선 소주 모가지를 틀어쥐었다. 그렇다. 이 일련의 쇼핑목록은 새우깡의 기호가 아니라 기상호가 쳐다봤을 때 새우깡이 어디에 서 있었느냐를 가리키는 위치정보에 가까웠다. 기상호는 그가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고 있을지언정 동종 업계인은 아닐거라 어렴풋이 짐작했다. 차라리 업계인이면 나았을텐데. 업계인을 빼고 나면 남는 게 뭐가 있나. 스토커다. 더 무서웠다. 

무서울 땐 자진납세다. 기상호가 초딩보다 한 다섯 배 정도 나은 점이다. 사고가 일어났을 때 바로 보고한다는 점. 고작 다섯 배에 미치고 마는 건 보고 대상을 고른다는 점에서다. 김다은은 눈썹만 씰룩이고 말았다. 
오. 
아니, 나도 말도 안 된다는 거 아는데 한 번만 같이 가달라니까요. 제발. 
공태성이 쌀 사 오랬음? 그래서 같이 가자고 이런 수작질 하는 거면…. 정말 실망할 거고. 수작질이 실망이 아니라 드립 수준이 실망인거임. 
아, 그런 거 아니라고. 진짜. 

끌고 나오는 데만 한 세월이었으나 막상 새우깡을 보고나선 김다은도 탄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찐이네. 님. 험한 거에 걸렸네. 왜 그렇게 남 일 처럼 말하는 거죠? 이제부턴 햄의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 새우깡이 햄도 보고 있거든요. 김다은이 나옴으로써 해결된 점도 있었다. 잠깐 대두됐던 스토커설은 폐기되었고 원점으로 돌아갔다. 아무래도 스토커가 두 사람에게까지 열렬할 순 없었으므로. 그건 그렇지. 김다은은 혀를 내두르면서도 일어난 일에서는 발을 쏙 뺐다. 차라리 쌀포대를 들고 말지. 님. 이건 님이 해결하셈. 이제 그럴 때도 됐음. 하산 선언이었다. 그럴 때가 이런식으로 오길 바란 건 아니었는데요. 수군대는 둘을 노려보는 새우깡의 눈빛이 형형했다.

새우깡은 이번엔 백오이를 들고 있었다. 두 개 한 봉지짜리. 소주병보단 훨씬 나았다. 휘둘러도 안 죽을 거 같았다. 김다은이 등을 떠밀었기에 주춤주춤 다가갔다. 여러 번 뒤돌아봤지만 그는 단호한 표정으로 씁! 만 할 뿐이다. 괜히 데려왔다. 저기요. 이 한 마디로도 혓바닥이 하염없이 말라갔다. 첫 접촉이었다. 새우깡은 의외로 기다렸단 반응이었다. 고개를 비스듬히 숙이고 눈만 치켜떴다. 마주보고 있자니 백오이로도 너무나 불안해졌다. 

너만 따라와. 쟤 말고. 
왜요. 

대꾸는 원하지 않는 듯 새우깡은 바로 계산대를 빠져나갔다. 그 와중에 계산을 했다. 백오이 두 개에 삼천 육백 원. 비쌌다. 나라면 여기서 안 삼. 김다은이 뒤에서 쌀포대를 올리며 중얼거렸다. 흠. 저 사람 포인트 없으면 제 꺼랑 같이 하면 안 돼요? 백오이가 하나 부러졌다. 이로써 두 사람의 입을 닥치게 했으니 아주 쓸모없는 희생은 아니다.

김다은은 떠나갔다. 쌀포대는 배달맡겼다. 그럼 대체 왜 온 건지? 기상호가 연신 의의를 제기했으나 셋 중 둘이 이미 김다은이 꺼지는 데에 찬성했으므로 별 수 없었다. 님 꼭 구하러 올게. 김다은이 두 손 꼭 잡아주며 말했지만 기대도 안한다. 유서나 받아가요. 응, 응. 알지. 님 책상 서랍 두 번째 칸에 아래 뚜껑 열고 손 집어넣어서 위에 붙여 둔 거. 거기 이미 바꿨어요. 책장 네번째 칸에 밑바닥 뜯어야 돼요. 응, 응. 재산은 나한테 다 넘길 거지? 김다은은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생이별에 버금가는(사별이 될 수도 있다) 생쑈를 하면서 주머니에 은밀하게 총을 전달받았다. 무거웠다. 실제 무게보다도 실전에 내몰린 상황의 무게가. 그제야 새우깡을 마주했다. 그는 꺾인 백오이를 미묘하게 든 채로 둘의 생쑈에 잔뜩 질린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순간 목적이 사라진 채로 이상한 애들한테 잘못 걸렸어, 하는 표정이길래 기상호는 조금 아리까리해졌다.

기상호는 되도록이면 사람이 많은 프렌차이즈 카페로 가고 싶어했다. 보신주의였다. 그렇게 죽일 듯이 노려봐 봤자 대낮 사람 많은 곳에서 뭔 짓하겟어.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럼 기상호도 총은 못 쏘겠지만 이건 쏠 일 없는 쪽이 훨씬 나았다. 반대로 새우깡은 최대한 인적없는 곳으로 가려 했다. 말하는 걸 보면 나름 안전을 중시하는 것 같은데 기준이 기상호와는 사뭇 달랐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사람 많은 데서 해. 보신이 아니라 보안이로구나. 
그래서 이도 저도 아닌 곳에서 발이 멈췄다. 공원 가는 길의 가로등 아래에서였다. 가로등이 켜질 일도 없는 낮이었으니 더욱 이도 저도 아닌 장소였다. 새우깡은 그러고도 부족한지 가로등을 뱅글뱅글 돌았다. 초조해보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도 이를 악물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이윽고 그가 씹어뱉듯 말했다. 아주 빠르게, 스치듯이. 관념에서 벗어나 실제로 접해 본 지가 얼마 되지 않은 듯 이 단어를 내뱉는 데에 어색한 티가 여실했다.

너 사람 죽여본 적 있지.
아니요.

기상호는 반사적으로 딱 잡아뗐다. 뻔뻔할 정도로 태연한 얼굴이라 새우깡이 어처구니 없어했다. 구라까지마. 아니 진짜요. 무슨 무서운 소리를. 형씨가 죽이게 생겼어요. 전 지금 햄한테 유서 있는 데도 불고 왔다고요. 기상호는 아주 솔직하게 말하는 중이다. 기상호가 사람을 죽인 일은 아직 없었다. 온갖 조력을 할 뿐이지.
처음은 솔직하게 운 뗐으나 이제부터가 구라의 영역이다. 등으로 식은땀이 벌금벌금 솟다 못해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이거 대체 뭐지. 어디까지 알고 왔지. 아까 너랑 같이 온 걔도 사람 죽이잖아. 뭐라는 거예요. 살려주세요. 이래서 카페로 가자니까. 그 사람 많은 데서 이런 얘기 가능할 거 같아? 이상한 사람이네! 사람 없는 데서도 이런 얘긴 하는 거 아니거든요!!! 환장할 것 같았다. 김다은을 보내고 오는 게 아니었다. 김다은이 있어서 뭐 얼마나 도움되겠냐마는. 그래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 기상호가 혼자 좆돼는 건 그렇다쳐도 직장이 털리는 건 좀 곤란하잖아? 어디서부터 눈치깐거지. 킬러들은 장 볼때도 쪼가 있던가? 그렇다면 내도 이제 어엿한 킬러? 헛된 꿈으로 생각마저 헛돌았다. 혹시 저의 어, 어느 점에서 그런 쪼를 느끼셨는지…. 헛바람 일렁이는 가슴을 백오이가 두들겼다. 하나가 부러져서 엇박자였다. 역시 백오이도 위험한 물건이었다. 

이게 실실 처웃고 있네. 장난하냐? 캐오는 데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너네가 ㅇㅇㅇ죽여놨잖아. 
아하.

새우깡이 물러서는 것보다 기상호 손이 조금 더 빨랐다. 기상호는 킬러보단 오히려 흥신소에 가깝다고 했었다. 이런 일 저런 일 하다 보니 소매치기도 반쯤 업으로 삼아서. 손가락을 구부려 마스크를 잡고 홱 잡아당겼다. 

A/S셨구나. 

사람 한 명 죽이는 데에 품이 많이 들어서, 아이러니하게도 밑준비는 수사현장을 닮아있다. 타겟의 프로필을 가운데에 박아 놓고 좋아하는 것, 동선, 주로 사용하는 것, 주변 인간 관계, 사돈의 팔촌까지 싸그리 긁어다가 붙이고 나면 벽이 한가득이다.(벽·꾸) 수사물에 흔히 나오는 광경과도 닮았기 때문에 기상호는 그 과정을 퍽 좋아했다. 반쯤은 흥신소가 된 원동력이기도 했다.
당시 그 건은 꽤 간만에 들어온 대어였다. 회장님 소리 정돈 예사로 듣던 위치라 이 말이다. 거물이라 실행과 동시에 뉴스출연까지 확정된 사안이었다. 어떻게 사고사로 잘 무마되었고 인터넷 한 구석에서야 음모론이 대두됐으나 뉴스는 도파민을 깔끔하게 덜어냈으며 이현성은 해당 뉴스를 포폴용으로 녹화떴다. 신중에 신중을 기했던 걸 기억한다. 저 말고 이현성이. 준비에만 일 년이 걸렸다. 다른 자잘한 일들은 화이트보드로 옮겨가고 오랫동안 해당 건이 벽을 차지했다. 벽꾸는 주로 기상호가 담당했었다. 기상호는 빼곡한 벽을 훑었을 뿐이다. 그래…. 그 사람의 오촌 조카쯤 되는 사내가 있었다. 사진상으로 봤을 땐 지금 눈 앞에서 보는 얼굴보단 조금 어렸다. 아마도 신분증 사진이리라. 이름이 최종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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