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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_^이러는 네즈미랑 ^ㅡ,^; 이러는 미즈가키 신경전 벌이다가 미즈가키 빡치는게 보고 싶어요2025-06-16 12:52


라고 옛날에 옛날에 아주 옛날에 서리가 모금해줌

no.6+배터리

도둑들 au




자, 여기.

슌지의 손바닥 위로 열쇠 꾸러미가 하나 떨어진다. 작은 고양이 장식이 달린 키홀더에 차키 하나, 차 리모컨 하나, 그리고 사용처를 모를 열쇠 하나가 서로 아귀가 맞지 않는 맞물림을 한다. 시온은 열쇠를 건네주면서 슌지의 손을 꾸욱 눌렀다. 열쇠뿐만이 아닌 다른 무언가도 전하고자 하는 듯 했지만 슌지는 알 리 없었다. 그런 건 차라리 말을 하지 하는 생각을 한다.

열한 시 이십 분 도착이라고 했었으니까. 지금 나가면 맞춰 가겠다.

얼굴 빨간 걸.

어, 어어? 그래?

슌지가 툭 던진 말에 시온이 화들짝 놀라며 열쇠를 건네주던 손을 황급히 떼 손부채질을 했다. 그제서야 슌지는 시온이 준 차키를 챙길 수가 있었다. 담배갑과 함께 주머니에 대충 쑤셔넣는다. 미처 다 들어가지 못한 열쇠 하나가 주머니 밖으로 비죽 튀어나왔다. 갔다올게. 인사를 하면 시온은 아직도 상기된 얼굴로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설레 죽을 거 같으면 직접 가지 그래?

아, 아니야. 난 됐어. 집에서 할 일도 있고.

몇 번 떠보았지만 시온은 끝까지 고개를 저었다. 왜 그리 집에 남기를 고수하는지 역시 슌지는 알 리가 없었다. 그와 '네즈미'의 사이, 혹은 '네즈미'의 존재는 여기서 잔뼈가 꽤 굵다는 슌지조차 제대로 아는 사항이 없다. 기껏해야 그런 사람이 과거 리스트에 있었지. 하는 사실 정도. 네즈미의 이름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이 어제 일이다.


내일 네즈미가 올 거야.

슌지는 한창 잡지를 뒤적이다 시온의 말에 고개를 꺾어 뒤를 보았다. 처음 보는 시온의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터지겠다고 생각했다. 금방이라도 빵 터질 풍선처럼. 하지만 결코 터지지 않을 풍선처럼. 온갖 것이 터져 튀어나올 듯 하면서도 터지지 않도록 안간 힘을 다해 잡아놓은 피부 표면. 그래서 슌지는 네즈미가 어떤 사람인지 처음엔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미즈가키가 감을 잡은 건 그 직후 이누카시의 반응으로 부터였다.

쳇. 살아 있었네.

그녀는 아주 크고 아주 거세게, 깊은 혀를 찼다. 미즈가키는 네즈미는 몰라도, 적어도 이누카시는 잘 알고 있었다. 이누카시가 저렇게 혀를 차는 상대라. 안 봐도 뻔 했다. 햇빛을 쬐며 과자를 까먹던 유토와 세하가 동시에 미어캣처럼 고개를 번쩍 들고 시온을 쳐다보며 눈을 깜박거렸다가 이누카시를 향해 방향을 홱 틀었고 종내는 슌지를 바라보며 궁금증이 잔뜩 어린 얼굴을 했다. 슌지는 그저 고개를 으쓱 치켜올리고는 말았다.


슌지가 네즈미의 마중을 하게 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처음에 이누카시가 자처하고 나섰기 때문이었다. 이누카시에게는 면허가 없었다.

면허가 없으니까.

이누카시는 꽤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엑셀밟는 건 알거든.

그리고 브레이크를 모르겠지. 기어도.

차 보니까 수동이던데. 슌지가 키를 짤랑짤랑 흔들어 보였다. 나가서 확인해 봤더니 워낙에 구식 차 인지라 수동이었다. 슌지는 이런 차가 아직 차고에 남아 있는지도 몰랐다.

그딴 건 알아서 뭐해. 적당히 가드레일에 박아버리면 그만이지.

이게 바로 슌지가 얼굴조차 알지 못하는 네즈미를 마중나가게 된 경위이다.


공항은 금연이다.

그래서 슌지는 하릴없이 주머니에서 라이터만을 만지작거려야 했다. 입이 심심해서 껌을 샀는데 포장을 뜯어 씹고 보니 질긴 것이 풍선껌이었다. 풍선을 불지는 않고 딱딱 소리를 내며 시간을 죽인다. 한창 그러고 있으려니 옆에 서 있던 여자가 듣기 싫은지 찡그린 얼굴을 하며 자리를 떴다. 지루하다. 누구라도 같이 데리고 나올 걸 그랬지 싶었지만 시온은 끝까지 슌지 혼자 나가기를 고집했다. 여러 사람이 마중 나가면 부담스러워 할 테니까가 주된 요지였다. 점점 그 네즈미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싶다. 호기심도 들기도 하고 제일 먼저 구경해 보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슌지는 다시 입속으로 딱 딱 소리를 내며 여행사 피켓 아래로 섞여들었다. 뒤로 경찰이 유유히 지나간다. 경계도 아닌 거의 산책에 가까웠다. 그래도 사는 게 사는 거다 보니 일단 경찰은 피하고 보는 걸 버릇처럼 몸에 걸쳤다. 피켓을 들고 있는 여행사 직원이 저를 보는 걸 싱긋 웃으며 받으면 한 두마디 일상이 섞인 대화를 주고 받을 수 있었다. 기다리시나봐요. 그렇죠. 투어손님들이죠? 장사 잘 돼요? 요즘은 철이 철이라서.. 에이 안 힘든 게 있나요. 노닥거리다 보면 자동문이 열리고 다시 한 무더기의 사람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저 안에서 네즈미를 찾을 수 있나. 눈썰미가 좋은 슌지도 아무 정보가 없는 상대로는 약간의 회의감이 든다. 시온이 일주일간 pop아트를 배운다 했더니 전날 휘황찬란한 플랜카드를 가져와 슌지의 품에 안기려는 걸 한사코 거절했는데 역시 들 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딱. 입 안에서 풍선껌이 다시금 터졌다.

아니었다.

아아.

슌지는 기대고 있던 난간에서 몸을 일으키고 같이 있던 여행사 직원에게 인사를 했다. 직원도 친절하게 손을 흔들었다. welcome. 그의 피켓에 붙어있는 홀로그램박의 영어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모를 리가 없었다. 한 눈에 느낌이 왔다. 그는 와글와글한 사람들에 속에 섞여 작은 기내용 캐리어 하나를 끌고 느긋한 걸음을 하고 있었다. 캐리어의 한 쪽 구석이 헤지고 올이 나가 있었고 캐리어에 앞서 콧등이 낡은 구두가 토닥토닥 길을 이끌고 있었다. 유행이 약간 지났지만 아직 그럭저럭 쓸만한 얇은 자켓. 먼지가 떨어질 법한 어깨. 그래도 전체적인 행색은 사람들 사이에서 튀지 않고 아주 자연스러웠다. 그는 한번 둘러보지도 않고 누군가를 찾는 시늉도 하지 않은 채 슌지 쪽으로 똑바로 다가왔다. 슌지도 주머니 속 라이터를 만지작거리며 네즈미가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네즈미가 다가와 슌지의 어깨를 잡고 두어번 가볍게 두드렸다. 그리고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발을 멈추지 않은 채였다.

수고.

내 차 가져와줘서. 어느새 네즈미의 손에 고양이 장식이 달린 키홀더가 짤랑거리고 있었다. 당했네. 슌지는 한숨을 쉬었다. 신고식 치고는 화끈하다.

근데 이건 필요 없나 봐?

차키 하나. 차 리모컨 하나. 사용처를 모를 열쇠 하나. 네즈미는 그제서야 키홀더를 보았다. 사용처를 모를 열쇠 하나-네즈미는 사용처를 알지만-가 없다. 슌지가 껌으로 풍선을 불었다. 부풀어오르는 풍선껌을 보며 네즈미는 생각했다. 아직 애네. 환하게 웃고는 팔을 활짝 벌린다.

이야, 반가워라. 시온이 키우는 앤가 봐? 아니면, 이누카시가 키우는 개 쪽인가?

에이...이누카시는 못 키우지. 원체 내 사료값이 너무 비싸서.

팡. 풍선껌이 터진다. 네즈미는 그저 피식 웃고선 손을 내밀었다. 웃고 있는 얼굴을 보고 있자니 시온 생각이 난다. 아침의 시온도 웃으면서 슌지에게 열쇠를 줬었다. 꾹 열쇠가 손바닥에 발갛게 찍힐 정도로 힘을 주고선. 그게 이런 의미였었나. 멋대로 곡해를 하기에 이르렀다. 슌지는 네즈미를 따라 씩 웃고선 네즈미의 손바닥 위에 시온이 그랬던 것처럼 열쇠를 내리눌렀다. 그리고 나머지 한 손으로 차키를 빼간다.

어차피 길도 모를 텐데 사료값 비싼 기사 한번 부려보시죠.

키홀더를 빙글빙글 돌리며 공항을 빠져나간다. 네즈미는 손을 폈다 쥐었다 했다. 열쇠와 함께 핑크색 풍선껌이 진득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아, 버릇이 없는 개네...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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