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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2025-10-10 10:16

크게 생각은 없고 얼마전에 가오가이거 봤음    

하지만 가오가이거는 열혈 그잡채인데...?    

그럴수도 있지                                


그러니까 기상호는 원래 기계를 만지던 사람이다.    

돌잡이부터 십자 드라이버를 잡았고 생애 첫 크리스마스 선물로 과학상자를 받았으며 납땜 냄새를 향기로워했다. 그렇게 큰 애는 자연스럽게 공돌이가 되기 마련이다. 기상호도 그랬다. 전공이 기계공학, 학업이 그를 개닦았음에도 굴하지 않아 졸업 후에도 기계의 길로 향했다. 차가운 금속과 물리영역 펼쳐진 소수점의 계산사이에서 그는 행복...까진 아니고 그럭저럭 잘 살았다. 곧 ai의 열풍이 불어닥쳐 제 한몸 지키기 바빠졌지만. 인공지능은... 딱히 그의 관심사는 아니었다. 별로 기계와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 걔가 입 열어봤자 헤이, 여기 쓰인 소재가 영 쓰레기다. 라는 말이나 할 것 같아서. 알파고 스무대씩 뚝딱 나오는 와중에 기상호 혼자 무기물 덩어리의 지능이 존재하지 않는 영역만을 쎄비팠고 그게 빛을 발한 건지? 어떤 은밀한 기관으로부터 스카우트를 받기에 이른다. 기상호는 얘들이 무를까봐 냅다 계약서에 싸인부터 하고 물어봤다. 그런데 전 뭘 하나요? 그랬더니 보안각서 스무장이 더 펼쳐지는 게 아닌가. 일단 서명부터 하고 이야기하죠. 어쩐지 펜을 좋은 걸 건네주더라.    

그 후에 본 것이 최종수다. 이걸 뭐라 해야 할지는 모르겠다.   

      

아니 살아있잖아요.    

그러면 안되나?    

제가 생물을 안 만져봐서ㅎㅎ    

아 그럼 여기부터 여기까진 만져도 되겠다ㅎㅎ    

그게 목부터 다리끝까지였다.        


기상호는 기계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동안 기계에게 인간적인 친밀감을 가진다거나 다정하게 말을 건다던가 하는 일은 일절 없었다. 이 천성 때문에 인공지능으로 나아가지 못한 건지 뭔지. 아무튼 그래서 수리대상에게 말 붙이기가 너무 어려웠는데, 최, 최, 음, 최..최종..최종수씨? 말을 여러번 더듬는 걸 보면서 최종수는 얼굴부터 구기고 봤다. 기상호만큼이나 최종수도 이 모든 상황이 미심쩍었다. 뭐 데려와도 이딴 머저리를 데려왔어. 기상호는 집에 가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러기엔 보안각서에 싸인을 너무 많이 했다.     

일단 볼까요. 하고선 맥을 잡을 뻔 했다. 스쳐 지나간 엄지손가락이 싸늘해서 그제야 이게 아니지 참, 싶어졌다.           


사고가 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인류가 우주에 대해 아직 뭘 알겠는가. 그럼에도 나대다가 사고가 났고 하필 최종수 눈앞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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